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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주 Aug 17. 2023

[다정한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part 01

나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까마득하게 어둡고 고요하리만큼 조용한 모두의 새벽 속 나의 심연은 가장 밝게 빛난다.


어느 날이었다.


'심연'이라는 두 글자에 온종일을 깊게 사색에 잠겨있었다.

입 안 가득 읽히는 발음도 좋고, 써놓은 활자의 테도 마음에 들고, 단어가 지닌 깊고 넓고 멀고 까마득하고 막역한 느낌이 좋았다.


나의 심연은 무엇일까.


어린 날에는 꿈이었다가 또 조금 미숙한 여정 속 나에겐 사랑이었다가 어느 여정을 거치는지 모르는 지금은 그게 나 자신 같기도 하다가 끝끝내 알아내지 못 한 나의 심연은 결국 모두 글에 담긴다는 사실을 알았다.

매 순간 다른 영역과 다른 가치관 다른 카테고리에 대해 글을 써내려 가겠지만 결국 나라는 주체가 담긴 것들이니 그것들을 집약하고 났을 때 결국 내 심연은 수면 위로 드러나겠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딜 향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지 무얼 위해야 하는지 숱한 고민들을 제치고 도달해 있는 그 지점에서는 알 수 있을까.

심연 속 민낯이 무엇인지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본색을 지니고 산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타인에게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그래서 어떻게 서든 가장 빛나고 화려한 것들로 소리 없이 숨겨둔 본색. 못난 것일 수도 있고, 모난걸 수도 있고, 그저 평범하지만 의미가 짙을 수도 있고, 별 거 아닐 수도 있고 각 사정과 의미에 따라 각기다를 본색은 소리 없이 조용히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하고 있다.

어느 지점 이상 누군가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나려 한다면 나만이 잘 형성해 둔 방법으로 공격과 방어를 행한다. 만약 그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삶에서 도려내기까지 한다.


과연 그 본색은 심연 속 무엇에 의해 그 깊고 막역한 곳에 숨겨지게 되었을까. 과연 그곳에 있는 것이 마땅할까. 그래야 할까. 아님 그랬어야만 하는 거였을까.


나의 본색은 새벽에 모두 드러난다.


혼자 있는 모두가 잠든 까마득하고 고요한 그 시간에 말이다. 마음속에 옹기종기 모아두었던 새어 나올 것 같은 감정 투성이들이 내 방 한 가득을 하나 둘 가득 채우고, 그 들을 모두 들여다보고 제 자리에 두기 위해

이성과 감정 사이를 들여다보고 주관과 객관적인 사고 사이를 지나쳐가고 그렇게 동이 트고 첫 차가 뜨고

사람들이 다시금 하루를 시작하는 그때까지 나는 숱한 것들 사이에 우두커니 서있게 된다.


외롭지 않은 새벽이고 무섭지 않은 새벽이며

혼자서도 충분한 새벽이지만 결코 다정하지 않은 새벽이다.


나의 다정하지 못 했던 새벽 속 나의 심연에서 꺼내 쓴 일기들과 많은 변곡점들 사이에서 생기는 충돌과 마찰 그리고 시행착오로 찾아낸 나의 활자들로 누군가의 새벽이 다정하게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정한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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