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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주 Aug 29. 2023

[다정한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part 03

반짝이던 사람 그리고 남겨진 것들

영원한 건 없다지만 영원을 꿈꾸게 해주는 것들이 있었다.

반짝이지 않아도 반짝이고, 무색빛 이래도 찬란하고, 고요하대도 소란스럽게 만드는 그런 것들.


어떠한 관계에 바친 나의 노력에 대해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을 수 있는 나이는 유년시절이 전부가 아니었을까.

밥 먹고 나면 커피 마시고, 커피 마시면 술 마시는 대부분 그럴듯하게 갖춰져 있는 어른들의 만남과는 달리

떡볶이 한 입에, 동전 몇 개에, 전화 한 통에도 숱한 추억이 일렁이던 유년시절을 떠올리면 지금 이 복잡한 삶 속에서부터

아주 잠시나마 잠깐 모든 게 멈춘 것 같은 순간을 체감하곤 한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슬픔일까 아님 다신 그럴 수 없음에 대한 애틋함일까 아님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 지금 이 환경에서 무언가를 모색해 내야 하는 고민일까.

난 아직 무엇인지에 대한 결괏값을 내지 못했다. 어쩜 내지 않을 걸 지도 모르겠다.


무색하게도 빠르게 스쳐버린 그때 그 시절이 한평생의 모든 것을 영원히 기록되게 할 줄 알았더라면

그 힘으로 남은 여정을 버텨내게 할 줄 알았더라면 정말 어찌할 바도 모를 만큼 그게 전부라

사무치게 반짝이던 그것을 쫓아 살게 할 걸 알았더라면..


그저 내 두 눈과 마음속에서 속수무책으로 흐르기만 하는

시간 속 멀어져 가고 바래져 가고 지워지지 않도록 더욱 선명히 남기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을 만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던 그때, 그 시절.


소설 소나기 하면 떠오르는 녹음이 짙게 내린 푸른빛 사랑과 애처로워 어찌할 줄을 모르던 결말, 탈탈 털어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사람이 없다는 그 말에 나는 버젓이 예외라며 모든 순간까지 예쁘고 싶었던 절실함 더 넓고 높은 어디선가에서 반짝이길 원했던 나라는 사람의 간절함을 해소시켜준 두 눈과 그 때의 그 세상은 내가 바라던 무대와 내가 꿈꾸던 화려함 보다 더 값지고 멋진 것을 선물해 준 찰나의 반짝임과

끝내 서로 평생 서로를 숙제로 두고 지내와 놓고 이젠 또 한평생 숙제를 또 남겨주고 마친 이 여정의 마지막 문단까지.


모든 게 변하고 잊히고 그렇게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갈 삶 속에서 나에게 반짝이던 사람과

그 여정이 남긴 모든 것은 결국 이따금씩 엇나간 원망과 비난 섞인 날 선 대화들과 무채색으로 다 뒤덮여버린 흑백뿐인 추억이래도 이젠 서로 각자 다른 곳에 서서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가 언젠가 소멸되어 버릴 그저 먼 별이 되는 그 언젠가라도 여전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여전할 아주 커다란 추억이라는 것을.


제 아무리 모든 게 다 부질없이 부서지는 추억으로 끝났대도 모든 게 다 거짓말이었다 한대도 아주 멀리서 머나먼 어디서라도 그저 그 곳으로 보내는 나의 응원만큼은 변함없음을. 그저 그 하나만을 답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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