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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주 Sep 19. 2023

[다정한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part 04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이 있나요?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을 집필하기 시작한 이후로 과연 가장 나다운 글은 무엇일까에 대해 깊게 사색한 적이 있었다.

그 사색의 과정은 이내 나에게 '심연' 이라는 단어를 일깨우게 해줬고, 그 후로 간혹 심연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검색하고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그렇게 취해있는 순간들이 잦았다.

 

처음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이라는 책의 원고를 집필하기 시작했을 때가 바로 그 순간들이 많이 모여있는 시기였는데 그렇기에 곧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은 나의 사유를 한 권의 책으로 집약해놓은 것과도 같다.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의 첫 가제는 '앤의 일기' 였다.

나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 앤도 아니었고, 내가 쓴 일기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제를 정하게 된 것에는 가독을 해주셨던 구독자분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 바탕이 되었는데 처음 책을 가독하기 시작한 이후로 나에게 많은 피드백이 왔던 항목 중 하나가 마치 원고를 읽는데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엿보다가 보니

나의 일기장인 것만 같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크게 위로 받을 수 있었다는 말씀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피드백들을 수렴한 후로도 제목을 쉽자리 찾지 못 하고 난항 중 지인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지금의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 이라는 제목을 결정짓게 한 큰 발단이 되어 주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누구나 쓰지 못 하는 것들이잖아.

그걸 너는 행하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라는 말에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대신해 써 내려간다는 책임감과 가치를 느끼고 더불어 그들이 쓰지 못 했어도 그들의 것이다 라는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할 수 있는 제목으로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 이 제격이라고 생각 하게 했다.


사실 해당 책의 대부분 내용은 거창한 나의 견해도 아니고, 누군가가 뼈저리게 느낀 경험에 의한 현실적인 해결과 조언도 아니고, 나아가 그저 따스하게 예쁜 말을 건네기만 하는 목적도 아니지만 그저 한 사람이 삶을 유람하며 깨달은 바와 일상을 거닐며 보고 들어 마음에 담은 것들과 때로 울기도하고 또 때론 웃기도하며 삶의 높낮이에 혼자 서 그 중심을 잡아가는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또 남긴 기록물 즉 단상집에 가까웠다.


내가 처음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을 때,

많은 사랑을 받아 돈이 되는 글을 집필하여 책으로 출간하는 기성물의 출간작가가 될 것인가 그리하여 명예와 위치를 취득하고 그로인해 작가라는 타이틀로 나의 제2의 삶을 시작할 것인지 또는 열명 아니 한 명이 읽더라도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투박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글로 집필하여 나라는 사람을 한 권의 책으로 집약한 책을 출간할 것인지 그리하여 나라는 사람의 삶에 있어 그저 출간이라는 하나의 한 페이지를 기록할 것인지

나 스스로부터 방향성을 확실하게 결정하고자 했고, 그 결정의 값은 작가의 의도가 조금 투박하더라도

독자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는 글을 쓰고싶다는 판단으로 결정이 지어졌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찾고, 원하는 글과 나의 글의 결은 기어이 다르다고 어쩌면 나 스스로 오만하리만큼 판단을 하고서 글에 경계를 뚜렷히 나눠놨었던 게 사실이었으나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이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날아가 한 줄의 따스한 위로로 자리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다시금 나의 글의 정체성과 나라는 사람이 글을 쓰고자 했던 그 결심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기회,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해당 원고의 제목이 "다정한 새벽을 기다리는 당신에게"가 된 것에도 앞서 언급한 일련의 경험치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따스한 빛이 되기를 소망하는 나의 작지만 큰 바람이 깃든 만큼 누군가의 새벽이 안녕하기를 그리하여 곧 다정하기를 소망하는 누군가의 존재가 존재로 존재한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의 심연에 대해 깊게 사색해본 적이 있는가. 아님 심연 이라는 단어에 정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심연이란, 무언가 깊게 빠져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 하는 것을 뜻한다.

나는 나의 심연이 모두가 잠든 우두커니 남았던 잠들지 못 한 새벽이었고 나와 비슷한 심연을 경험하는 그대들에게 나의 심연 속에서 건져낸 화려하지 않지만

꽤나 심도깊었던 나의 사색의 문장들을 꺼내 나누려한다.


끝으로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의 심연은 무엇인지 당신의 심연이 무엇인지.


누군가의 심연이 그리 깊지 않아 빠져 나가지 못 해 허우적 거리는 까마득한 새벽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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