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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주 Sep 22. 2023

[다정한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part.05

삶 : 사랑과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가을이오면 조금 시린 바람과 함께 마음과 몸이 살짝 긴장이되곤 한다. 뭐랄까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곧 연말을 맞이해야 할 것만 같달까.


크리스마스도 좋아하고, 연말 특유의 분위기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언젠가부터 연말이오면 내가 올 한 해 뭘 해냈을까 어떻게 살았을까 잘 살아낸걸까

하는 나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이유로 사실은 나를 다그치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곤 한다.

그래서 스스로 '아 또 그 시기가 왔구나' 하며 긴장을 하는거겠지.


20대 중반을 넘어선 이후론 매 달 따라서도 나 자신이 바뀌는 것만 같고 또 누군가를 만나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면서 그 과정 마다 내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것들이 크게 크게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나 라는 사람 자체를 가장 많이 변화 시키고 성숙하게 하는 것. 바로 사랑이었다. 누군가를 온 마음 다해 사랑한다는 것은 이내 곧 '나'자신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마주해야 하는 것과도 같다. 나 자신의 약점과 결점 그리고 유약한 점과 불완전한 모습을 거짓없이 모두 드러내게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사랑.


사랑 앞에서 숨길래야 숨길 수 없고, 감출래야 감출 수 없고, 돌아가려면 멀어지는 것이고, 이내 잠시 거짓으로 감추는 순간 평생의 신뢰가 무너지고, 어떠한 포장지로 나의 결점을 가리려해도 이내 다 드러나고 나면 그것마저 더 구차하고 비참해지는 것.


그렇기에 단 한 톨의 거짓없이 모두 명백히 드러나게 되는 것. 그렇기에 나를 한 뼘 한 뼘 더 크게 성장하게 하는 것.


사랑한글자를 집필했던 당시의 나를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랑을 지향하는지가 모두 드러난다.

또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을 집필했던 때의 내 글을 보면 그 당시 나는 어떤 사람을 사랑했고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도 모두 보인다. 나아가 지금 내가 쓰는 원고들에도 지금 현 시점의 내가 지향하는 연애관과 원하는 이상향이 모두 남게되겠지.


옛말에 아니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말에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연애를 많이 해봐야 결국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라는 말이 있었다. 한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오래 만나는 나에겐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고 그 말의 가치를 잘 체감하지 못했었다.

허나 20대 중반을 살짝 넘어오면서 부터 그 말을 온 마음다해 체감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 나이쯤 되어 내가 숱하게 아파했던 사랑에 관련된 상처들과 사람에 기반된 트라우마들 그리고 내가 지금껏 살아오며 누군가에게 또는 어떠한 일로부터 혹은 자연스레 생겨난 예민하고 뾰족하고 날이 선 부분들이 축적되어 있을테니

그 축적된 것들을 기반으로 나에게는 이러한 사람이 잘 맞고, 이러한 사람은 나를 힘들게 할 것이고, 이러한 사람에게 끌리다는 기반들이 다져져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러한 기준점들이 생겨나며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섣불리 마음을 열지 못 하기도 하고,

점차 사람에게 사랑에게 받는 상처가 주는 결과값이 어떠한지 또한 잘 알게 되었기에 쉽사리 연애를 시작하지도 않게 되고, 반대로 하나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결과값 또한 탑재되어 어릴 땐 사랑이라는 이유로 어떻게든 붙들고 버텨보던 시간들이 무의미함을 알기에 쉽사리 놓게도 되고, 이별과 헤어짐이 내 삶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게도 된다.


사랑이라는 영역에 200% 올인하던 내가 이젠 100%의 마음도 다 할애하지 못 하는 것을 바라보며

나이가 더해져서 일지 또는 더이상 사람에게 사랑에게 기대하지 않게 될 만큼의 사랑이란 영역 내에서 받은 상처과 실망감이 커졌다는 사실 때문인지 명확하게 알아낼 수 없지만 이내 내가 찾은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나는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과 기대하는 것을 못 견디게 괴로워 한다는 것.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누군가에게 내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할애해야 하는 시간과 마음도, 누군가의 결점을 나의 사랑으로 포용하기 위해 나의 마음을 온전히 다 내던져야 한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사랑하기엔 어린 나이가, 사랑하기엔 순수했던 시절이, 사랑하기엔 맑은 마음이 적정하다.


사랑할 때 당신은 어떠한가.

누군가를 온 마음 다해 사랑해 본적이 있는가.

당신의 사랑을 받는 그는 그녀는 행복해 하는가.

정녕 사랑이라는 정의에 걸맞는 사랑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새벽이 그와 그녀로 인해 다정한가.


어디선가 당신의 사랑이 평안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누군가가 있음을 기억하는 새벽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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