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혜주 Oct 03. 2023

[다정한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part 06

모든건 다 지나간다는 말.

당신이 쓰지 못한 마음 중 해당 페이지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뭐였을까.


어쩌면 가장 듣고싶었던 필요로 했던 말이거나, 혹은 해당 말이 지닌 막역함에나마 겪고 있는 힘듦이 사라지진 않을까 유일하게 걸 수 있는 희망이거나, 그렇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위로이기 때문이거나.


누군가에게 나의 감정들과 생각들을 우르르 쏟아내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때도 있었고,또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종일을 붙어 있다보면 마음이 한결 나아지기도 했었고, 그것도 아닐땐 와인 한 병을 열어 몇 잔이 나오던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내내 틀어놓고 밤새 마시기도 했었다.


나에게 어떠한 시련이 일어나면 말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 이미 일어난 일인데 어쩌겠냐는 말, 모든게 다 경험이 되어 더 나은 삶을 만들거라는 말.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그 어떤 마음도 위안이 되지 않으면 그 마저도 내 탓인 것만 같기도 했다.


어떠한 경험치도 없어 내 삶 자체를 두고서 어찌할 바를 몰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보던 20대 초반과

이제는 내가 조심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치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주의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조금씩 삶에 휘둘리고 치이던 20대 중반을 넘어 도달한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는

"모든건 다 지나간다" 라는 말이었다.


분명 내가 엉엉 울며 엄마와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던 그 날의 어릴적 싸움이 선명하게 기억나지만

그 이유는 희미하게나마 기억나지 않는 것도, 친한 친구와 몇 달을 내리 연락하지 않을 정도로 죽어라 미워했지만 그 이유가 뭔지 이젠 서로 생각도 안 날 만큼 서로 마주 앉아 하하호호 하는 지금의 현실도, 언제 어떻게 왜 싸웠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자주 싸우는 연인들간의 싸움도 그렇듯 결국 모든건 다 지나간다.


사실에 근거에 말하자면 이미 일어날 일은 일어난 그 사실은 지나간다고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때의 고통 힘듦 감정 생각 그 척도는 무조건 나아진다는 말이다.

누군가와 이별한 고통도 누군가를 원망하는 원망도 무언가에 서러웠던 설움도 어떤것을 잃어 겪는 상실감도

그 감정에 매료되어 붙잡혀 있을 때 떠올리면 한결 나은 말.

"일단은 슬퍼해봐요. 지금 당장은 정말 슬프지만 1년 전 오늘 뭐 했는지 기억 나나요? 애석하게도 아무리 똑같이 슬퍼할래야 그럴 수가 없어요. 모든건 다 지나가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지금은 슬퍼하되 그 슬픔이 영원할 거란 착각에 더 큰 고통을 끌어 안거나 나 자신을 깎아 먹는 행동들로 바닥을 치진 말아요"


당장 내 눈 앞에 슬픔과 온 마음으로 느끼는 고통은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지만 결국은 다 지나간다.  시간이 약이라는 그 무책임하고 막역한 것만 같던 말이 이젠 인생을 살아보니 체감되는 가장 명확한 위로 라는 것을 서서히 알아가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 보람차기도 한 요즘의 삶.


너무 힘이든 순간엔 꼭 이 말을 떠올리길 "모든건 다 지나간다"






이전 05화 [다정한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part.0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