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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폭풍우 같다

by 신성규

여자는 폭풍우 같다.

없을 땐 너무 없고,

생길 땐 도무지 누구를 택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몰려온다.

이 말이 단순한 유머가 아닌,

내 감정의 구조에 대한 진실이라는 걸, 나는 늦게서야 깨달았다.


사랑은 늘 ‘타이밍’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타이밍이라는 건 단지 시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감정의 수용 가능성과 혼자 있던 시간,

그리고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었던 기간과도 연결된다.


사랑이 없을 때,

나는 자주 나를 의심한다.

나는 부족한가?

내가 매력이 없나?

왜 누구도 내 안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가?


그 시간이 길어지면

내 마음은 겨울처럼 얼어붙고,

작은 관심조차도 눈부시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얼어붙은 시간이 어느 순간 끝나고,

내가 나를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하면,

정말로 그때부터 여자가 몰려온다.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다.

사람은 자신을 덜 갈망할 때 가장 매력적이 된다.

그 여유가, 그 자신감이, 그 비우는 마음이

오히려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마치 진공에 공기가 쏟아져 들어오듯이.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말 웃기게도,

한 명도 없던 때에는 간절하게 원하던 그 사랑이

여럿이 되면 오히려 혼란을 준다.

“누굴 택해야 하지?”

“진짜 마음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이 감정은 외로움이 끝나서 생긴 환상 아닐까?”


폭풍우가 몰아칠 땐 방향을 잡을 수 없다.

가장 필요한 것은 바람이 불기 전의 침묵 속에서

자신의 기준을 정해두는 것이다.


여자는 폭풍우 같다.

이 말 속엔 여자를 향한 경멸도, 찬양도 없다.

그건 단지 내가 감정이라는 파도에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고백하는 말이다.


그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늘 되묻는다.


“내가 원한 건 사랑인가,

아니면 사랑을 원하던 내 모습을 사랑한 건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날,

비로소 나는 누군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폭풍이 아니라

고요한 바람 같은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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