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약 방법론

by 신성규

약을 끊던 시기,

나는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았고,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으며,

어느 날은 죽음에 대한 상상 속에 멍하니 빠져 있었다.

그건 무서운 경험이었다.

머리가 아닌 몸이 움직이는 경험.


가슴은 숨이 턱 막히듯 조여오고,

숨 쉬는 것이 두려웠다.

어떤 날은 단 한 번의 전화, 단 한 사람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내 감정의 표면에서 기어코 추락했을 것이다.


그날들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감정의 바닥을 홀로 견딘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건 혼자 깊은 바다에서 내 몸에 돌을 매다는 것과 같다.

표면으로 올라올 이유가 없다면,

충분히 익숙해진 절망 속에서 머무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약을 끊을 때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나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너졌을 때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말없이 물을 건네고, 그저 곁에 앉아 있어줄 사람.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산다.

약은 그 억제를 조금 더 확실하게 해주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억제가 제거된 순간,

나는 내 안의 짐승을 보았다.

날카롭고 충동적이며,

살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사라지고 싶어하는 무수한 충돌의 덩어리.


그걸 통과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감정’이란 것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약을 끊는다는 건, 끝이 아니다.

그건 시작이고,

그 시작은 반드시 관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마음은 고립 속에서 망가지지만,

치유는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나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예전의 나보다 더 솔직해졌고,

감정이 올라올 때 그것을 억지로 덮지 않는다.

가끔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누군가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말하고 싶다.

누군가 약을 끊고 싶어한다면,

절대 혼자 끊지 말라고.

당신은 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팔로워 141
이전 15화튤립으로 보는 상징과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