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감이 예민했다.
사람들은 예민함을 예술의 조건이라 말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축복이라기보다,
삶을 견디기 힘들게 하는 증폭기였다.
세상의 부조리는 소리로 들렸고,
타인의 이기심은 냄새로 풍겼다.
잔인한 말은 살을 파고드는 칼처럼 다가왔고,
외면당한 순간의 공기는 폐를 조여왔다.
나는 세상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다.
거리를 두는 법을 몰랐다.
모든 것을 너무 깊이, 너무 날카롭게 느꼈다.
그 감각은 현실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필터 없이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술을 마셨다.
술은 나에게 위로가 아니었다.
맛이 좋았던 적도, 즐거웠던 적도 없었다.
소주는 유난히 썼다.
몸은 거부했지만, 마음은 도망치고자 했다.
쓴 술이 현실보다 나았던 건,
그것이 내 정신을 흐리게 했기 때문이다.
선명한 인식은 날 너무 자주 찔렀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흐릿해지고자 했다.
술은 구원이라기보다는, 망각의 기술이었다.
나는 그것을 입에 넣으며,
내가 느낀 세계를, 그 과도한 현실을,
잠시나마 밀쳐내고자 했다.
그러나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눌린 채 숨어 있었을 뿐,
언제나 다시 돌아왔다.
더 큰 고통과 함께.
나는 이제 안다.
진짜 도피는 감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감각을 견디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임을.
이 예민함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나는 이제, 세계를 다시 배우고 있다.
나는 여전히 쓰디쓴 현실에 서 있다.
하지만 더는 도망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