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와 시멘트

by 신성규

어릴 적 나는 황토 위에서 놀았다.

흙냄새가 났고, 손에선 먼지가 났다.

한 줌 흙에 물을 섞으면 뭔가가 되었고,

그건 곧 사라졌지만 그게 삶 같았다.


요즘 애들은 시멘트 위에서 논다.

회색 바닥, 단단한 벽, 아무 감촉도 없는 세상.

넘어져도 안 더러워지고,

흙이 손에 안 묻는다.

대신 피가 난다.

감정 없이.


시도 그렇다.

황토 같은 시가 있다.

진짜 감정이 묻어나고,

거칠고,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내장 같은 문장.


그리고 시멘트 같은 시가 있다.

말끔하고, 잘 다듬어졌고,

냄새도 없고, 감촉도 없다.

있어 보여서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사는 기운은 없다.


사람들이 시를 예쁘게 포장하고

영혼은 빼버린다.

그게 요즘이다.

그게 세상이다.


나는 아직 황토에 손을 담근다.

지저분하단 말도 들었고,

촌스럽단 말도 들었고,

애쓴단 말도 들었지만,

이게 살아있는 언어다.

이게 인간이다.


시멘트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무너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황토 위에 앉아

시멘트 벽에 침을 뱉는다.

진짜 시는, 흙에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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