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했고, 그들은 기록했다

by 신성규

나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늘 궁금했다.

왜 사건만 적을까?

왜 감정이나 생각은 거의 말하지 않을까?


마치 유치원생처럼,

“오늘은 어디에 갔고, 무엇을 먹었고, 누굴 만났다”

그저 그것만을 기록한다.


처음엔 그들이 자신을 감추는 줄 알았다.

조심스러운 건가?

자기를 드러내는 게 두려운 건가?

혹시 자의식이 많아서일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들은 감춘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들은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무너졌다.

내가 대화하려 했던 건,

사고하는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일상을 살아가는 생물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많은 걸 전제로 말해왔다.

그들은,

전제가 없었다.


나는 ‘의미’를 기대했다.

그들은 ‘행동’을 나열했다.

나는 맥락을 찾았다.

그들은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나는 결국 혼자가 되었다.


존재의 층위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단지 말해지지 않고,

끝내 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말해지지 않는 것을 쓰는 이들은,

말해질 수 없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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