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정신이 자라는 것의 차이에 대하여

by 신성규

어릴 때는 모두가 비슷해 보였다. 비슷한 옷을 입고, 같은 시험을 치르고, 같은 템포의 시간을 걸었다. 아이의 세계는 일정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 안에선 개념 없는 사람이나 깊이 있는 사람이나 구분이 어렵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그 흐름은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어떤 사람은 자라지 않는다. 시간만 먹고, 사고는 여전히 학생 때 멈춰 있다. 책임을 회피하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을 단편적으로 해석한다. 그런 이들은 세월을 ‘소비’했을 뿐 ‘내재화’하지 못했다.


반면, 어떤 이들은 해가 지날수록 깊어진다. 한 가지 사건에서도 더 넓은 함의를 파악하고,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자신의 모순을 돌아본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단선에서 입체로, 다시 추상으로 이동한다. 그들은 시간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채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부류의 간극은 단지 ‘지적 수준’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성찰, 감정 제어, 타인 이해, 비판적 사유력에서의 간극이며, 이 격차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극명해진다.


사회는 나이를 먹으면 모두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이는 단지 ‘나이든 아이’일 뿐이고,

어떤 이는 ‘통찰을 축적한 성인’이 된다.


그리고 이 간극이 바로 사회적 혼란의 핵심이다.

공적인 장에서 개념 없는 판단이 행해지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결정들이 쏟아진다.

그 속에서 성숙한 이들은 위화감을 느끼고, 그 미성숙한 이들은 자기 당위를 부풀린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해를 살지만,

어떤 사람은 단순히 나이를 먹고,

어떤 사람은 진화를 거듭한다.


그 아이러니 속에서, 나는 내 자리와 거리를 잰다.

더 이상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 대신, 그의 문장과, 망설임과, 침묵 속 깊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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