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에는 종류가 있다.
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 오는 불면,
스트레스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서 오는 불면,
혹은 육체가 피곤하지 않아 뒤척이는 불면.
그러나 이건 아니다.
내게 오는 불면은 좀 다르다.
이건 철학적인 불면이다.
나는 잠들기 직전,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면
문득 이런 생각이 튀어나온다.
“내가 사라진다면, 그건 누가 감지할까?”
“내가 지금 잠드는 것과, 죽는 것은 무엇이 다르지?”
눈을 감고 뇌파가 느려지고,
내 존재의 불빛이 점점 약해질 때
나는 나의 가장 깊은 중심에서
“나는 계속 나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걸려버린다.
그 질문은 자꾸만 내 의식을 깨운다.
내가 생각하지 않을 때에도 나는 나일까?
기억이 없는 수면 속의 나는
‘존재’하는가,
‘멈춤’인가,
‘잠시 사라짐’인가.
그리하여 나는 다시 눈을 뜬다.
잠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내 머리는 존재의 윤곽을 확인하기 위해 끝없이 배회한다.
몸은 자고 싶어하지만, 의식은 허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잠들면
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불면은 고통이라기보다
어쩌면 사유의 의무에 가깝다.
의식이 깨어 있는 동안
나는 나를 확인하고 싶고,
내가 이 세계에 실존하고 있다는 것을
끝없이 증명하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불면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
나는 그 밤들을 견디고, 기록하고, 의미로 바꾼다.
철학적 불면은
수면을 거부하는 의식이 아니라,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고요한 절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