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시대를 잘못 만났다

by 신성규

ADHD 환자들은 농사꾼이 아니다.

그들은 사냥꾼이다.

이 말은 일종의 은유가 아니라,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신체와 인지의 프로토타입이 다르다는 선언이다.


농사는 질서와 인내의 세계다.

아침에 일어나, 같은 밭에 같은 도구를 들고 나가, 같은 리듬으로 하루를 보내고

계절의 순환에 따라 일관된 삶을 산다.

기다림이 핵심이다.

변덕은 제거해야 할 요소이고, 충동은 통제되어야 한다.

이 구조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반복할 수 있는 자가 생존한다.


반면 사냥은 다르다.

사냥은 예측 불가능한 순간을 감지하는 민감한 레이더와

기회가 왔을 때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민첩한 실행력이 요구된다.

주의가 산만해 보이는 것은, 사실은 넓게 퍼져 있는 주의 범위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자극을 감지하고, 그 중 ‘지금 중요한 것’을 본능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ADHD는 바로 그 사냥꾼의 뇌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뇌의 보상 회로가 즉각적인 반응에 민감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과업에 쉽게 흥미를 잃는다.

충동적이라기보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의미를 판단하는 존재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사냥이 금지된 세계라는 점이다.


학교, 회사, 조직, 관계.

모두 농사 기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해진 시간표, 정해진 자리, 정해진 커리큘럼, 정해진 평가 방식.

심지어 감정 표현조차 일정한 틀과 타이밍에 맞춰야 한다.

사냥꾼의 리듬은 이곳에서 ‘문제’로 분류된다.


그러나 진화는 멈춘 적이 없다.

문명은 농사를 기반으로 발전했지만, 인류는 여전히 다양한 뇌의 형질을 가지고 살아간다.

사냥꾼의 유전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숨어 있다.

그리고 조용히 질문한다.


“왜 나 같은 존재는, 존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가?”


ADHD는 고장 난 뇌가 아니다.

다른 리듬의 뇌일 뿐이다.

그리고 이 리듬은 ‘현대의 직선적 시간’과 어긋날 뿐,

‘창의성’, ‘직관’, ‘위험 감지’, ‘즉흥적 전략’과 같은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다.

그러니 문제는 뇌가 아니라, 그 뇌가 발휘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우리는 묻는다.

사냥꾼이 농사의 규율을 따르지 못한다고 해서,

그를 게으르다, 산만하다,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제 다시 사냥을 허락해야 한다.

사냥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 리듬으로 사고하고, 사랑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3화헤르만 헤세 정신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