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웠다.
생각이 생각을 밀어내고, 또 다른 생각이 끼어들어왔다.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하면, 그 집중 안에서 또 다른 우주가 열렸다.
종이 한 장을 넘기려다 페이지 안의 우주를 펼쳐보고, 결국 책을 덮은 채 다른 차원을 헤매게 된다.
어릴 적 나는 산만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모든 게 너무 흥미로웠다.
교사의 말보다 창밖의 빛이, 교과서보다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상상들이
훨씬 더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던 나는 ADHD라는 이름을 만났다.
그 단어는 나를 병리화했지만, 동시에 나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아,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거였구나.”
이 뇌는 전통적인 질서와 시간표 안에서는 엉켜버리지만,
스스로 선택한 관심과 몰입 속에서는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ADHD는 단점이 아니다.
그것은 비선형적인 사고의 구조,
즉, 기존의 틀을 따르지 않고 점프하는 정신의 궤적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A에서 B로, B에서 C로 나아가지만,
ADHD를 가진 뇌는 A에서 바로 F로, 그리고 Z로 점프한다.
때론 그것이 사회의 질서와 충돌하고, 실패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그 점프력은 천재성의 기폭제가 된다.
ADHD 뇌의 특징 중 하나는 도파민 결핍이다.
이는 보상이 명확하지 않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땐 아무리 간단한 일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반대로, 흥미를 느낀 순간 도파민 폭발이 일어난다.
이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초집중 상태다.
이 집중 상태는 흔히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 말하는 몰입의 상태와 유사하다.
밤을 새워 연구하고, 글을 쓰고,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포착해내는 능력.
그건 규칙적인 정신이 아니라, 무질서 속에서 섬광처럼 떠오른 통찰의 결과다.
에디슨, 아인슈타인, 다빈치, 바흐, 스티브 잡스.
그들 중 일부는 ADHD 진단을 받았고, 일부는 사후에 ADHD 성향으로 분석되었다.
그들은 주어진 틀 안에서 살아가지 못했다.
대신, 틀 바깥에서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나는 한 번, 약을 먹어봤다.
그날 나는 세상의 질서 속으로 ‘무사히 착륙’한 기분이었다.
할 일을 정리하고, 집중하고,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모두가 말하던 ‘정상’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가 조용해졌다. 너무 조용해졌다.
마치 내 안의 태풍이 사라진 느낌.
혼란스러웠지만 생생했던 그 사고의 편린들이
무언가에 눌려 얌전해지는 기분.
나는 알았다.
약은 질서를 준다. 하지만 그 질서 안에는 내 창의성이 살지 못한다.
그 고요함은, 내가 사랑하던 내 생각들의 야성마저 잠재운다.
나의 사고는 원래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았기에 창조적인 것이었다.
무질서와 충돌 없이, 나는 통찰에 도달한 적이 없다.
우리는 천재를 오해한다.
천재는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천재란, 모든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다른 길을 끝까지 밀고 나갈 힘이 있는 사람이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그 다른 생각을 너무 많이 가지고 태어난다.
그들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사회는 ‘산만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쩌면
이 세계가 너무 정돈되어 있고,
그 정돈이 천재성을 억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이해한다.
내가 집중하지 못했던 시간들도,
어쩌다 미친 듯이 몰입했던 밤들도
모두 나의 정신 구조 안에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리듬이었다는 걸.
약은 그 리듬을 ‘표준화’시키지만,
나는 표준이 아니라, 파동이었다.
ADHD는 어쩌면,
이 시대가 감당하지 못한 천재성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것을 병리로서만 이해하지 않는 용기다.
당신이 ADHD를 가졌다면,
그건 실패의 낙인이 아니라
세상에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뇌의 선언일지도 모른다.
그 번개 같은 질문이,
어쩌면 이 세계의 오래된 틀을 깨뜨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