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재의 습관과 천재의 폭발 사이에서

by 신성규

세상은 말한다.

매일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고.

꾸준히, 성실하게, 시간을 쌓으면 언젠가는 도달한다고.


하지만 나는 의심한다.

진짜 문장이란, 그렇게 해서 나오는 걸까?


쓰기 습관은 노력형 범재의 방식이다.

그들은 반복을 통해 문장의 정확도를 높인다.

하지만 정확하다고 해서,

그 글이 심장을 울리는 것은 아니다.


천재는 다르게 움직인다.

그들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에 감염된 사람들이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못 쓰고,

어떤 날은 열 시간 안에 한 권의 책을 토해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훈련이 아니라 ‘맞는 타이밍의 불꽃’이다.


나는 안다.

글이 안 나올 땐 억지로 앉아 있을 게 아니다.

그럴 땐 몸을 던져야 한다.

길로, 물가로, 낯선 풍경으로,

내 사고의 배경음을 바꿔야 한다.


글이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상태’에서 쓰는 것이다.

무언가가 충전되고, 충돌하고, 뒤섞이고,

그러다 어느 순간, 쏟아진다.

그건 마치 진통 없이 나오는 출산 같다.


고흐는 편지 속에서 그림을 썼고,

릴케는 고요한 방이 아니라 절망의 여행에서 시를 얻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죽음 앞에서 천재가 되었고,

마르셀 프루스트는 병든 침대 위에서 시간의 왕국을 열었다.


그들은 단 한 번에

시간의 너비를 관통하는 문장을 적었다.

그리고 그건 절대

매일 30분 글쓰기에서 나오는 문장이 아니었다.


나는 믿는다.

진짜 글은, ‘살아 있는 감정’이 손을 빌려 쓰는 것이라고.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글을 쓰려 하지 않고,

그저 내 상태를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쓰지 않는다.

대신 걷고, 부딪히고, 무너지고,

그리고 어느 날, 폭발하듯이 쓴다.


그게,

내가 믿는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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