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은 사이코패스인가요?

by 신성규

나는 스스로를 ‘비정상’이라 느끼는 시간들이 많았다.

공감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았고,

어떤 상황에서는 감정보다 구조가 먼저 보였다.

누군가는 나의 말을 차갑다고 했고,

누군가는 나의 침묵을 냉소로 해석했다.


나는 그런 해석들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즉각적이지 않았다.

마치 감정이라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조립하고, 언어화한 뒤에야 비로소 전달할 수 있었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에는 어김없이 지연이 있었고,

그 지연 속에서 나는 언제나 ‘비정상’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흔히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말을 쉽게 쓴다.

그러나 그 ‘정상’은 과연 객관적인 보편일까?

혹은 단지 어떤 문화와 사회가 정한 편의적 평균값은 아닐까?


한국 사회에서의 ‘정상’은 유순함이고, 눈치이고, 타인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감정이 정말로 타인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불안과 처벌 회피의 기술인 경우가 많다.

공감은 미덕이지만, 그 공감은 종종 타인을 향한 배려보다

“나만 튀면 안 된다”는 두려움에 더 가까웠다.


이 정서 속에서 자란 나는,

감정의 동기보다 감정의 구조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슬픔이나 분노조차 내가 정말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말하는 슬픔과 분노의 ‘양식’에 나를 맞추는 건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프랑스라는 문화와 언어를 접했을 때,

나는 익숙한 자유를 느꼈다.


프랑스인들은 말한다.

“Non.”

감정이 다르다고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자신의 논리를 감정보다 먼저 내세운다.

한국에서는 ‘무례하다’, ‘이기적이다’는 평가를 받을 태도들이

프랑스에서는 자기 정체성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나는 그 지점에서,

내가 한국 사회에서 ‘비정상’이라 느꼈던 면들이

프랑스 문화에서는 오히려 정상 혹은 미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부끄러워했던 감정의 해체 습관,

타인의 기분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 거리감,

논리로 감정을 다스리려는 태도…

그 모든 것이, 거기서는 사람의 형태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정상’이라는 말의 폭력성을 체감했다.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만 이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이 나와 맞지 않았던 것일 뿐이라는 걸.


한국에서 프랑스인을 보면

“무례하다”거나, “사이코패스 같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타인의 시선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그들은 나처럼 감정을 구조로 다루고,

관계를 감정의 언어가 아닌 생각의 문장으로 조율한다.


프랑스인들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인다는 말은

결국 한국적 감정 문법으로 타인을 해석했을 때 생기는 오류다.

한국은 정서를 공유하는 사회고,

프랑스는 정체성을 표현하는 사회다.


한국에서 감정은 ‘감춰야 할 것’이자 ‘관리해야 할 것’이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감정은 ‘주관의 발화’이며,

타인을 고려하는 방식조차도 “나는 당신과 다르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둘은 모두 정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한 사회 안에서 단 하나의 문법만이 표준처럼 통용될 때,

그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자들은 고장난 인간이 되어버린다.


나는 그런 고장난 인간이었다.

하지만 프랑스를 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내 감정이 고장난 게 아니라,

그저 다른 문법을 쓰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나는 여전히 내 감정을 해체한다.

여전히 누군가의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

여전히 사회가 원하는 ‘정상성’의 문법엔 서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안다.

내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내가 속한 세계가 단 하나의 방식만을 강요해왔던 것이라는 걸.


나는 이제 더 이상 정상이 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정상일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한다.

그리고 때로, 그런 세계는 프랑스인의 표정 속에서 불쑥 나타난다.


그것이 차갑든, 무심하든, 다르든.

그곳에서 나는 나 자신과 닮은 온도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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