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드 같은 사람

by 신성규

우리는 누구나 향기를 품고 산다. 누군가는 커피향 같은 지적인 사람을, 누군가는 담배향처럼 거친 매력을 가진 사람을 떠올린다. 향기는 사람의 흔적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곁에 머문 시간만큼 기억 속에 남는다.


그런데, 가끔 이런 사람이 있다. 향기로 따지자면 고급이다. 고급 백화점 유리 진열장 안,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놓여 있는 향수처럼.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고, 칭찬하며, 무난하게 받아들인다.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향, 누구나 한 번쯤 써봤던 이름. 바로 크리드 같은 사람이다.


크리드는 분명 좋은 향수다. 고급스럽고 세련됐고, 어딘가 부티가 나며 잘 차려입은 정장 같은 냄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향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길을 걷다가 문득 맡은 그 냄새에 “어? 이거 누구 향이지?” 하고 고개를 돌려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두가 그 향을 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렇다. 모두에게 잘 보이고, 인상 좋고, 깔끔하게 포장된 말과 태도를 갖췄지만, 정작 그 사람 자체는 보이지 않는다. 독립적인 감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말할 수 있는 진심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끝까지 가져가는 철학도 없다. 그는 누구와도 싸우지 않지만, 누구와도 진심으로 깊이 연결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안전하다. 실패하지 않는다. 욕먹지도 않고, 미움받지도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사랑받지도 않는다. 그는 항상 평균값이고, 통계적으로는 완벽에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공백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싫다. 아니, 무서워한다. 왜냐하면 나 역시 한때는 그렇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고, 거절당하지 않으려고 날카로운 모서리를 깎아냈다. 그러나 그렇게 다듬어진 나에게 남은 건, 나 자신이 아니었다.


개성이란,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남기는 자국이다. 때로는 거슬릴지언정, 그 흔적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 반대로 모든 이에게 향기롭고 싶어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는다.


크리드 같은 사람. 그는 언제나 주변의 공기를 정리하지만, 공기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이제 불완전하더라도, 단 한 사람에게라도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 향이 아니라, 흔적으로 남는 존재. 누군가의 삶에 스며드는 그 강렬함은, 절대로 대중적인 향수로는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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