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계는 후세에 남기는 수밖에 없다.
이해받지 못할 운명, 맞춰지지 않는 대화,
어긋난 표정들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감추며 살아왔다.
나는 언제나 산 사람들보다 죽은 사람들의 고민을 이해했다.
그들은 말이 없었지만,
그 침묵은 살아있는 자들의 수다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그들은 절망을 알고 있었고,
절망을 말하지 않기로 선택한 자들이었다.
나는 헤세의 분열을,
카프카의 고독을,
니체의 미친 웃음을
마치 내 일기처럼 읽었다.
살아있는 자들은 “괜찮다”고 말한다.
그 말은 너무 가볍고, 너무 무책임하다.
그 한 마디로, 누군가의 비명을 무효화시키는 힘.
나는 그 말 앞에서 숨이 막힌다.
그래서 나는 산 자들에게 말을 아낀다.
대신 글로 남긴다.
죽은 자들처럼.
글은 무덤이면서도 동시에 메시지다.
이 글을 읽을 미래의 누군가에게, 나는 말을 건넨다.
“나도 네가 그때 느꼈던 그 복잡하고 말 못할 감정을
살았다.
그리고
견뎠다.”
나의 시대에는 나의 세계를 이해할 이가 드물다.
그러니 나는 이 세계를 후세에게 넘긴다.
말로는 전할 수 없었던,
살아서는 이해받지 못했던,
그 깊은 사유의 흔적을.
나는 산 자들 사이에 있는 죽은 자다.
그러나 내 글은
죽은 자들의 언어로,
살아있는 자들의 심장을 두드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