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충동은
내 존재가 사라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질 때,
나 또한 사라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나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감각을 타인의 시선 속에서 확인해왔다.
말없이 걸을 때도, 책상에 앉아 있을 때도,
어딘가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그 불안 속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 시선이 사라지면,
나를 부르는 목소리도,
기억해주는 사람도 없을 때,
나는 투명한 유령처럼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존재.
기억되지 않는 이름.
이 세상에 남기지 않은 흔적.
그때 죽음이 떠오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고 싶다기보다는
‘사라지고 싶다.’
말 없이, 갈등 없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그저 스며들 듯이 없어지고 싶다.
죽음은 나에게 종말이 아니라 무(無)의 완성이다.
의미도, 평가도, 설명도 필요 없는 곳.
그 어떤 시선도 미치지 않는 곳.
어쩌면 나는 살고 싶은 게 아니라
기억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시선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고,
관찰 속에서 존재를 획득하며.
그러나 세상은 무심하고,
시선은 쉽게 떠나가며,
사람은 잊는다.
그럴 때 나는 생각한다.
나는 왜 이토록 보이고 싶으면서,
동시에 감추고 싶을까.
살아있음은 고통이고,
사라짐은 해방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남긴다.
누군가 내 문장을 읽는다면
그 시선 속에서
다시 잠깐 살아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