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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파티에 대한 고찰

by 신성규

여행을 갈 때 나는 나만의 리듬을 따라간다. 아침에 일어나 햇살을 받으며 걷고, 현지의 냄새가 묻은 식당에 들어가, 아무 말 없이 한 그릇을 비운다. 내가 원하는 여행은 감각과 기억, 그리고 우연이 만드는 조용한 축제다.


그런데 ‘게스트하우스 파티’라는 이름의 형식은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익숙한 패턴, 예측 가능한 대화, 그리고 믿을 수 없이 형편없는 음식. 그건 여행자가 아니라, 갑자기 수학여행으로 끌려간 학생이 된 기분이다. 단체로 예약된 단골 고깃집, 미지근한 불판, 종이컵에 담긴 음료. 무엇보다, 고개를 돌리면 모두가 타이밍을 재고 있다. 누가 먼저 말 걸까. 누가 더 친화력 있을까. 그건 낭만이 아니라 ‘기획된 낯선 사람 놀이’다.


솔직히 말하자. 게스트하우스 파티는 헌팅을 못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용기 없는 사람들이 술이라는 매개체를 빌려 어색한 친밀감을 시도하는 시간. 자연스럽지도 않고, 솔직하지도 않다. 마치 ‘우리 여기서 친구 되자’는 슬로건으로 포장된, 조금은 외롭고 불편한 구조.


나는 더 이상 그런 곳에 있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가 만들어준 ‘여행자 모임’에 내 여행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 형편없는 음식은 나의 하루를 망치고, 억지 친목은 나의 감정을 피곤하게 만든다. 좋은 인연은 파티에서가 아니라, 어쩌다 함께 앉게 된 카페의 작은 테이블에서, 혹은 길을 헤매다 나누게 된 한마디 인사에서 시작될 수 있다.


여행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는 그 선물을 남이 준비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고 싶지 않다. 내 감각이 고른 장소, 내 직감이 이끈 길, 그리고 내가 만든 고요 속에서 나는 진짜 나로 존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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