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길가에서 개미집을 본다.
작은 언덕처럼 쌓인 흙더미, 바쁘게 오가는 개미들.
흔히 어린아이들은 그것을 발로 차 부순다.
지배욕, 장난, 혹은 무관심.
하지만 나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 순간 문득 깨닫는다.
나에게 개미는, 인간에게 인간을 넘어선 어떤 존재가 그러하듯,
내가 곧 ‘신’일 수도 있겠구나.
나는 그것들을 파괴할 수도, 살릴 수도 있다.
그들의 세계에선 상상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존재.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그들이 짓고 있는 집은 무너지고, 노동은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그들의 질서와 노력, 진화를 지켜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때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의 ‘개미’일지 모른다.
우리는 도시를 세우고, 데이터를 쌓고, 우주를 향해 안테나를 뻗는다.
그러나 그 모든 문명의 언덕도,
더 높은 차원의 존재가 보기엔
작고 조용한 흙더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존재는 우리를 부수지 않는다.
그 존재는 우리를 관찰한다.
우리가 어디까지 스스로의 문명을 발전시키는지를,
우리끼리 어떤 윤리를 만들고,
어떻게 공존과 파괴의 기로에서 선택하는지를.
개미에게 나는 신이다.
그처럼 인간에게도 어떤 신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신은 우리의 기도를 듣고 간섭하는 존재가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침묵하며 관찰하는 자,
개입보다 인내를 택하는 자.
우리가 개미집을 부수지 않고 지켜보는 날,
비로소 우리는 신의 자리에 대해 조금 이해하게 될 것이다.
힘이 있지만 쓰지 않는 것.
파괴할 수 있지만 지켜보는 것.
그 절제 속에서만 존재하는 비개입의 윤리.
그렇게 신은, 말없이 우리를 지켜보는 중일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개미를 바라보듯.
어쩌면 우리는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신의 실험대 위에서
우리 스스로 어떤 존재인지 증명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