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냄새를 맡는 걸 좋아한다.
음식도, 물건도, 사람도 — 특히 사람의 살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나는 여자와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코를 가져다댄다.
피부에 코를 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사람만의 냄새를 찾는다.
향수 냄새나 샴푸 향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의 냄새.
이런 내가 이상한 걸까? 나는 가끔 내 안에 자폐적 기질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시각이나 말, 표정으로 관계를 판단하는데
나는 유독 후각에 끌린다.
그것은 감각의 호기심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관계 방식이다.
후각은 원시적인 감각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젖 냄새를 맡으며 안정을 느낀다.
사람의 기억 중 가장 깊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냄새를 통해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때로 말보다 냄새가 더 진실하다고 느낀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감정은 감출 수 있어도,
그 사람의 냄새는 감춰지지 않는다.
나는 ‘냄새를 맡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짐승처럼 본능에만 반응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감각을 통해 존재의 깊이를 더듬는다.
어떤 냄새는 사람의 쓸쓸함을 닮았고,
어떤 냄새는 따뜻한 방 안의 기억을 데려온다.
내가 사람의 살에 코를 대는 행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일부다.
나에게 세상은 냄새로 다가온다.
시선보다 온도, 언어보다 체취, 논리보다 직감.
그런 감각의 회로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이런 나의 감각적인 성향이
‘자폐 기질’로 분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에서 감각에 대한 민감성 혹은 탐닉은 잘 알려진 특성 중 하나니까.
하지만 나는 그 말이 꼭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의 이 다소 기이한 감각 세계가
내가 사람을 더 깊이, 더 진하게 느끼게 해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나는 이 세계와의 연결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세상은 시끄럽고, 설명은 피곤하며, 말은 자주 거짓된다.
그럴 땐, 나는 조용히 냄새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