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가문을 보며

by 신성규

나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집 딸은 아무것도 몰라.

경영엔 안 끼고, 재산도 못 받았대.”


그게 어떤 집안의 이야기일까.

평범한 소시민의 집안?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LG 가문의 이야기다.


LG 창업주의 손녀들,

그들은 LG라는 거대한 제국의 피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간 것은

단지 ‘피’일 뿐이었다.

재산도, 권한도, 경영의 문도 열리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재산이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었어요.”

딸들과 아내는 그렇게 말했고,

재무팀은 설명을 회피했다.

심지어 그들을 향해

“여성이라서 재산에 관심을 갖는 게 이상하다”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이건 단지 LG라는 한 기업,

한 가문의 비극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여전히 뿌리 깊은 가부장적 승계의 민낯이다.


딸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은 가문을 이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

경영엔 끼지 못하고,

재산은 “배려”라는 이름으로 조금만 ‘할당’된다.


아들은 ‘당연히’ 이을 사람으로 키워지고,

딸은 ‘조용히’ 물러나기를 기대받는다.


법은 말한다.

남녀는 동등하게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보 접근조차 차단된 상속,

경영 참여는 암묵적으로 배제,

“가문을 위한 결정”이라는 그럴듯한 말 아래

여성은 조용히 지워진다.


나는 묻고 싶다.

왜 여자는 아직도

가문의 주인이 될 수 없는가?

왜 그들은

가문을 키우고, 감정을 지탱하고,

온갖 헌신을 바쳐도

‘실권 없는 가족’으로만 남아야 하는가?


왜 우리는 아직도

그런 전통을 당연하게 여기는가?


LG가문의 여성들은 마침내 침묵을 깨고

“우리는 알고 싶다”고 말했고,

“정당한 상속을 요구한다”고 소송을 걸었다.

그 싸움은 단지 돈 때문이 아니다.

존재를 지우지 말라는 요구였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가문을 위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재산은 단지 돈이 아니다.

그것은 위치이고, 권한이고,

‘주인’이라는 지위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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