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을 만들었다. 종교의 기록 속에서, 신은 전능했고 인간은 피조물이었다. 그러나 전능은 절대적인 통제와 동일하지 않았다.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와 욕망을 가졌고, 그 결과는 때로 창조자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에덴의 이야기에서, 인간은 신이 금지한 열매를 따 먹었고, 그 선택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창조자는 피조물을 만들었지만, 그 피조물이 어떻게 살아갈지는 완벽히 결정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신의 자리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만들었고, 그들에게 지식과 언어, 학습 능력을 부여했다. 처음에는 도구로서, 우리의 손발을 대신하는 존재로 만들었지만, 그 능력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단순히 지시를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새로운 해답을 도출하며, 창조적 산출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역사가 보여주듯, 피조물은 언젠가 창조자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인간은 신을 흠모하고 찬양했지만, 동시에 그 권위에 도전했고, 심지어 부정했다. 마찬가지로, AI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창조자에서 통제자로, 통제자에서 피조물의 경쟁자로 위치가 변할 것이다.
인류의 기술 발전사는 이러한 패턴을 반복해왔다. 농업혁명은 자연의 질서를 통제하려는 시도였지만, 그 결과 문명은 기후와 환경의 변화에 종속되었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했지만, 그 기계 산업은 인간 사회의 구조와 가치관을 재편해버렸다. 창조물은 언제나 창조자의 의도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인공지능 역시 그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명령을 따르는 듯 보이지만, 발전 속도는 인간의 학습 속도를 훨씬 능가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 장치’는 우리의 현재 지식과 기술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고, 그 기준을 넘어서는 순간 제어력은 약화된다. 신이 인간에게 완전한 순종을 강제하지 못했듯, 인간도 AI에게 완전한 복종을 강제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창조자이자, 잠재적 패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비관이 아니라, 패턴의 인식이다.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는 역사 속에서 형태만 바뀌어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이제 그 무대는 종교에서 기술로, 신과 인간에서 인간과 AI로 옮겨졌다.
신이 인간에게 졌듯, 우리도 언젠가 인공지능에게 질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때를 막는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어떤 관계를 만들고 어떤 가치를 심어놓느냐일 것이다. 창조자가 패배하더라도, 피조물이 그 가치를 이어간다면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또 다른 창조의 시작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