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으면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감각이 든다.
단순히 바람이 불어서가 아니다.
아마도 내 상상력이
선풍기의 회전을 미리 예측하고,
그 예측이 감각과 겹쳐
어지럼증처럼 밀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런 식으로 세상을 느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그 뒤에 또 다른 거울이 놓이면,
그 안에서 무한히 이어지는 반사를
끝없이 추적했다.
작아지고 작아져서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그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마치 다른 차원의 문 같았고,
나는 그 속에 빨려 들어가길 원했다.
연속되는 패턴은 나를 사로잡았다.
벽지의 무늬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될 때,
나는 그 리듬 속에서 묘한 전율을 느꼈다.
그 무늬는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나를 감싸는 거대한 질서였고,
나는 그 질서 안에서 안도와 흥분을 동시에 맛봤다.
아마 나는 자폐적인 면이 있던 것 같다.
감각의 강도와 집착이 보통과 달랐고,
나는 그 차이를 오래도록 의식하지 못했다.
사람들의 표정보다 벽지의 패턴이 더 기억에 남았고,
대화의 흐름보다 거울 속의 무한이
더 중요한 사건처럼 다가왔다.
어른이 된 지금도,
선풍기 앞에서 멍하니 눈을 감으면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
바람의 회전과 내 예측이 겹치고,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패턴과 질서, 그리고 그 너머의 무한을 바라본다.
그것은 조금 이상하고,
조금 외롭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있는 나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