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은 마치 높은 곳에서 지도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길이 보이고, 계절이 보이며,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의 자리까지도 보인다. 그러나 발은 땅 위에 있지 않다. 머리는 멀리 가 있는데, 가슴은 비어 있다.
나는 한때 그렇게 살았다. 머릿속에서는 언제나 내일이 재생되고,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사람들은 나를 똑똑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똑똑함은 종종 헛똑똑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있던 건 가능성이었지만, 내가 놓치고 있던 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내일을 위해 현재를 방치한 채, 오늘을 낭비하는 모순.
타인을 사랑하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미래 속 사람은 머릿속에서 이상화되었고, 현실 속 사람은 그 이상에 닿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사랑은 눈앞의 온기와 호흡에서 시작하는데, 나는 항상 그 온기를 지나쳐 다음 장면으로 달려갔으니까.
그런데 인류애라는 것도, 진보라는 것도, 결국 지금의 나와 지금의 너를 사랑하는 데서 비롯된다. 오늘을 무시하는 사람은 인류를 사랑할 수 없고, 현재를 부정하는 사람은 미래를 개선할 수 없다.
미래를 보는 눈은 날카로운 도구다. 그러나 그 도구가 나를 베지 않게 하려면, 한 손으로는 현재를 꼭 쥐고 있어야 한다. 머리는 내일을 계획하더라도, 심장은 오늘을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똑똑함이 헛되지 않고, 사랑이 허공에 흩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