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진화, 그리고 무의식의 미감

by 신성규

화려함은 창작의 초기 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열망이다.

선명한 색채, 강렬한 형태, 과장된 표현은

자기 존재의 외침과도 같다.


그러나 진짜 예술가가 자기 감각을 밀고 나가면

어느 순간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려는 충동이 찾아온다.

‘내가 표현하려는 것은 이것이 아니야’

‘이 감각은 지나쳐, 시끄러워’

그렇게 해서 미니멀리즘은 선택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로 온다.


사람들은 종종 브랜드 로고를 보며

안정감, 균형감, 웅장함을 느낀다.

그리고 거기에 황금비나 수학적 구조를 들이댄다.


하지만 그 구조는 거꾸로 구성된 것이다.

이성적 설계가 먼저가 아니라, 직관적 미감이 먼저였다.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나온 감각이

나중에 이론으로 설명될 뿐이다.


‘감각이 과학을 만든다’,

이게 예술에서의 진실이다.


우리 민족의 예술이 깊은 이유는

화려함이 아니라 여백에 대한 예민함 때문이다.

비워진 공간 속에 감정을 느끼는 민족,

선 하나로 바람을, 먹물의 번짐으로 계절을 표현해내는 민족.


이건 학습된 것이 아니라

집단 무의식의 미감이다.

그래서 예술을 배운다고 진정한 예술가가 되진 않는다.


그 감각은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건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거쳐 축적된 감각의 유전이다.


예술은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그 감각은 설명 이전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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