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도식 너머에

by 신성규

세상의 진실은 대개 아이러니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우리는 선을 행하려다 상처를 주고,

악이라 비난하던 자에게서도 사랑을 배운다.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다.

그것은 오직 신화의 산물이며,

우리가 만들어낸 정교한 도식 속의 허상일 뿐.


한 인간이 악마같다 느껴도

잘 관찰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되려 그렇게 편견을 가지는

자신이 폭력적일 수 있다.


현실은 도식 너머에 있다.

회색의 스펙트럼 속,

인간은 끊임없이 선과 악을 넘나든다.

우리는 누구나,

구원의 가능성과 파괴의 씨앗을 동시에 품고 살아간다.


아이러니를 꿰뚫어보는 자는 외롭다.

그는 선과 악을 단정 짓는 이들 사이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그는 ‘이해한다’는 말의 무게를 안다.

그 말은 종종 무너짐을 수반하니까.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다.

우리는 극적인 반전 속에 살고 있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써도

현실은 그 너머에서 미끄러지듯 도망친다.

이 세계는 정돈되지 않기에,

때로 더 진실되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을 꿈꾼다.

악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리고 그 아이러니 속에서,

인간은 인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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