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침팬지

by 신성규

우리는 말한다. 진화했다고. 문명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돌도끼 들고 뛰어다니던 시절과 비교해 우리의 DNA는 한 줄도 바뀌지 않았다. 달라진 건 옷을 입었다는 것, 더 높은 건물을 짓고, 더 정교하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뿐이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꾸며낸 문명은, 그저 덜 야만적으로 포장된 본능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전쟁은 그런 본능이 정점을 찍는 방식이다. 인간이 외부로 향할 때, 그 끝에는 늘 폭력이 있다. 확장, 지배, 정복. 개인이든 국가든, 내부를 마주할 용기가 없을수록 외부를 향한 광기는 커진다. 결국 전쟁은 외면한 내면의 반사다..


사회제도? 교육? 백날 개혁해도 소용없다. 인간은 여전히 생존 본능에 사로잡힌, 진화의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나는 차라리 개를 믿는다. 조건 없는 충성과 순수한 감정. 인간보다 낫다. 개는 정치도, 종교도, 이데올로기도 만들지 않는다.


냉소처럼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희망 없는 현실에 대한 정직한 인식이다. 인류가 구원받기 위해선, 먼저 자기 자신이 얼마나 원초적인 존재인지 인정해야 한다. 고상한 말로 포장하지 말고, 솔직해지자. 인류는 아직 ‘럭키 침팬지’에 불과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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