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 속 흥정

by 신성규

내가 말했지, 흥정하지 말라고.

그림 한 점에 백만 원 붙이고,

시 한 편에 “요즘 감성”이니 뭐니 하며

팔아치우는 순간, 그건 죽은 거라고.


예술은 살기 위해 만든 게 아니야.

예술은 살다 보니 흘러나온 구토 같은 거야.

가난하고 병든 채 냄새나는 침대에 누워

몸이 썩어가는 소리를 듣다

펜을 드는 거지.


그걸 들고 어디 가서

“이거 얼마에 사시겠습니까?”

“전시해드리면 얼마 주시나요?”

이딴 소리 하지 마.

예술은 병이고, 낙서고, 사랑의 잔재지.


누군가 묻더라.

“그래서 당신, 왜 쓰세요?”


그냥 살아 있어서.

안 쓰면 속이 헛헛해서.

술 마시고 담배 피듯이.

한 줄 쓰고, 또 하나 찢고, 그게 다야.


그러니 흥정하지 마시오.

여긴 저잣거리가 아니요.

이건 내가 뱉은 피요.

병든 가슴에서 뿜은,

살아남은 자의 목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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