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무엇을 할 줄 아느냐”를 중심에 두고 인간을 평가한다.
그러나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다른 데 있다.
“무엇을 볼 줄 아느냐?”,
“무엇을 느낄 줄 아느냐?”
그리고 “그 느낌을 어떻게 사유하고, 어떻게 말로 풀어낼 줄 아느냐?”
시와 철학은 인간이 감각한 것을 언어로 정제하는 고귀한 행위다.
하나는 느낌의 언어, 다른 하나는 생각의 언어.
이 둘이 결여된 자는 눈앞에 있는 세계밖에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은 사실의 세계, 기능의 세계, 숫자의 세계에 갇혀 있다.
그러나 인간은 숫자만으로 숨 쉬지 않는다.
우리는 의미의 존재다.
의미를 모르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며,
살아 있음은 느껴도 살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시를 모르는 자는 세계의 섬세한 떨림을 놓친다.
꽃잎이 진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안에 깃든 시간의 고요한 사라짐을 듣지 못한다.
철학을 모르는 자는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것,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를 묻지 않기에
세상에 길들여진 채 살아가며, 자신의 존재를 소비당한다.
시와 철학은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킨다.
보고도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고,
살아도 살지 않던 이에게 존재의 충격을 안겨준다.
그래서 시와 철학은 사치가 아니라 해방이다.
물질의 세계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짓는 자만이,
타인의 언어가 아닌 자기 언어로 존재할 수 있다.
시와 철학을 모르는 자의 세계는 결국,
타인의 뜻대로 움직이는 세상이다.
그들의 시간은 소비되고,
그들의 감각은 닫히고,
그들의 존재는 잊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