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두 개의 근원을 품고 태어난다.
하나는 씨앗이고, 하나는 땅이다.
씨앗은 남성의 시간이다.
그것은 순간이고, 도약이며, 가능성이다.
그러나 씨앗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씨앗은 땅을 만나야 자란다.
땅은 여성의 시간이다.
잉태와 성장, 기다림과 변화가 축적되는 시간.
태아는 땅의 시간 속에서 길러진다.
열 달 동안, 땅은 품고, 만들어주고, 자신을 내어준다.
이 세상에 발을 딛기 전에, 인간은 어머니라는 세계에 속해 있다.
그래서 아이는 본능적으로 땅을 향해 애착한다.
어머니는 곧 존재의 장소였고, 삶의 첫 기억이며, 실질적 세계였다.
그러나 정체성은 또 다른 방향으로도 뻗는다.
우리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씨앗 속 ‘나의 기원’을 본다.
나의 눈, 나의 턱, 나의 목소리.
‘나는 어디서 왔는가’를 되물을 때, 아이는 씨앗을 응시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머니로부터 존재를 받고,
아버지로부터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땅은 삶을 키우고
씨앗은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 둘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번역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