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연기를 접했을 때, 나는 자유를 보았다.
나는 내가 아닌 내가 되었고,
어떤 날은 사랑받는 자였고, 또 다른 날은 버림받은 자였다.
변신의 유희 속에 나는 무한한 나를 만났다.
그곳에는 경계가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흐르자 나는 그 자유가 완전한 것이 아님을 느꼈다.
연기란, 결국 감독의 세계 안에서 설계된 인물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그 인물은 이미 누군가의 통제된 언어와 구도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창조자가 아니라 구현자였다.
그 사실은 내 숨통을 서서히 조였다.
유명세를 얻기 전, 연기자는 거의 말할 수 없다.
감독은 세계를 만들고, 배우는 그 안에서 ‘움직인다’.
의견을 말하는 순간, ‘컨트롤하기 어려운 배우’가 된다.
나는 그런 환경에서 점점 자율성을 상실될 나를 보았다.
나는 연기를 좋아했던 게 아니다.
나는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던 것이다.
그 표현이 스스로의 언어로 가능하지 않다면,
그건 내게 ‘연기’가 아닌 타인의 꿈에 복무하는 일이었다.
나는 더 이상 타인의 우주 속 객체로 살아갈 수 없었다.
나는 연기의 변신보다, 나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
꼭 감독이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내 언어로, 내 인물로, 내 사유로 구성된 존재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연기를 떠났고, 대신 글을 쓰고, 세계를 구상하고,
나만의 캐릭터를 사유하는 창작자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