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LE SSERAFIM).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아이돌이 아니라 신약 개발 이름인 줄 알았다.
세로토닌이나 플루옥세틴처럼, 어디선가 임상 시험 중일 것 같은 어감.
이름에서 풍기는 어둡고, 차분하고, 약간은 인공적인 느낌.
치유를 말하지만 그 자체로 고통의 전제를 품은 이름.
르세라핌은 사실 “IM FEARLESS”를 거꾸로 쓴 말이다.
그러나 이 조합은 너무 화학적이고 구조적인 음감을 지닌다.
약의 이름은 감정을 억제하거나 조절한다.
르세라핌도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무표정한 이상형을 지향한다.
결국 그 이름은 슬픔을 아름답게 보정하는 브랜드로 느껴진다.
이 시대의 대중문화는 종종 치유의 메타포다.
지친 마음, 불안정한 자존감, 애매한 정체성을
음악과 퍼포먼스로 포장해 ‘괜찮다고’ 위로한다.
르세라핌은 그 연약함과 강함을 동시에 끌어안는다.
그 이름은 그래서 우울증 약처럼 들리되,
그 자체로 새로운 형태의 정체성 약물이다.
르세라핌은 이름 하나로도 감정을 생산한다.
그 감정은 단순한 음악적 취향이 아니라,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심리 상태에 대한 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