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설득에 성공하지만 관계엔 실패하는가?

by 신성규

트럼프는 설득의 기술자다.

그의 말은 단순하고, 직관적이고, 감정을 자극한다.

그는 진실 대신 반응을 겨눈다.

그래서 많은 지지자들이 그에게 ‘끌린다’.


하지만 트럼프의 설득의 상대는 찝찝함이 남는다.

이기긴 하지만, 감정적 피로감과 잔재미를 남기지 못하는 설득.

거래는 가능하지만, 관계는 꺼려지는 리더십.


설득은 단순한 논리적 승부가 아니다.

정확한 말보다 따뜻한 말이 더 설득력 있다.

인간은 ‘왜 옳은가’보다,

‘왜 나를 존중하는가’에 더 반응한다.


논리만으로 설득하면 상대는 굴복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이 배제되면 상대는 떠난다.


트럼프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쓴다.

분노, 조롱, 유쾌함, 자신감 —

그는 감정의 키보드를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은 공감이 아닌 선동이다.


감정은 있으되, 존중은 없고

울림은 없으며, 관계는 소모적이다.

그래서 그의 설득은 한순간 강력하지만, 지속되지 않는다.


진짜 설득은 말이 끝난 뒤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이 말에 설득됐고, 나 또한 존중받았다.”

이런 감정을 준 설득은, 관계를 남기고 미래를 만든다.


트럼프의 말은 이기기 위해 설계됐지만, 남기지 못한다.

그는 항상 ‘상대’를 만들고, 관계를 갈라서 세를 얻는다.

이 방식은 정치는 가능하지만, 신뢰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에게 몇 번이고 반응했지만,

그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설득은 세상을 움직였지만, 마음을 얻지 못했다.


우리는 흔히 설득을 논리의 영역으로 본다.

논리적으로 옳고, 반박 불가능한 주장을 펼치면

그것이 설득이라 여긴다.


그러나 진짜 설득은 논리에 감정을 섞는 예술이다.

감정이 빠진 설득은 승리는 할 수 있어도 관계를 잃는다.

설득은 말의 승부가 아니라, 말 이후의 감정을 떠안는 기술이다.


어떤 설득은 사람을 남긴다.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거래를 해도 좋겠다는 신뢰와 온기를 남긴다.


반면 어떤 설득은 이겼지만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

논리에 지긴 했지만, 감정은 상처 입었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트럼프식 설득은 이기지만, 잃는다.


설득의 목적이 단순한 논파라면,

논리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세계에서의 설득은 관계의 유지, 혹은 확장이 목적이다.

따라서 감정의 울림이 핵심이다.

이 울림은 말의 정확함보다, 말의 결이 다정한가, 존중이 담겼는가에서 비롯된다.


설득은 이성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적 저항을 이해하고 다루는 예술이다.

정확히 논리를 펼치되,

자존감을 지켜주고, 존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말은 이겼는데, 사람이 떠났다면

그건 실패한 설득이다.


설득은 결국 말의 기술이 아니라,

존중의 방식이며 관계의 방식이다.

나는 말로 이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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