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잃어버린 사회

by 신성규

낯선 나라의 사람들과 대화할 때,

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 구조를 마주한다.

미소와 농담, 유쾌한 말의 리듬 속에서

‘말을 건넨다는 행위’ 자체에 따뜻한 공감이 담긴다.


그들과 대화하면,

말이 아니라 존재가 교환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국인들과 대화를 시도할 때,

나는 자주 얼어붙은 표정, 무표정,

그리고 때로는 의심과 거리감을 마주한다.


가벼운 농담에도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웃음은 조심스럽게 허락받아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사회는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 나약하거나 무례해진다는 불문율을 가졌다.


이것은 단순한 문화 차이가 아니다.

그 뿌리는 집단주의, 위계문화, 경쟁 압박에 있다.

감정 표현은 질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위험한 행위였다.

위아래가 명확한 사회에서 감정은 자칫 ‘버릇없음’이 되었다.

타인의 눈치를 보는 문화에서 자유로운 표현은 ‘튀는 행동’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감정을 말하기보다, 감정을 검열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다면, 감정을 잃어버린 사회는 건강한가?

그렇지 않다.

감정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며,

소통은 단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의 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를 오해하고, 단절되고,

끊임없이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말이 아닌 마음의 언어가 봉인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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