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범죄, 도시의 범죄

by 신성규

나는 가끔, 범죄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본다. 그리고 그 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소가 시골이라고 느낀다.


도시에서는 범죄조차 세련됐다. 타인의 신뢰를 서서히 파고드는 금융사기, 한 줄의 문장으로 모든 것을 뒤집는 지능적 탈법. 도시의 범죄는 정제되어 있다. 도덕은 기술에 밀리고, 법은 윤리를 대체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서 더욱 완벽한 포식자가 되어간다.


반면 시골에서의 범죄는 다르다. 좀 더 단순하고, 좀 더 감정적이며, 때로는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술 한잔에 벌어진 다툼, 말다툼 끝에 일어난 주먹질. 그 범죄는 계산되지 않았고, 악의는 있지만 그 너머에 숨겨진 ‘그 사람’이 보인다.


그래서일까. 시골 사람들은 착하다는 인식이 있다. 나는 이 ‘착함’이라는 감각이 도덕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순수함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순수함은 결코 일방적인 미화가 아니다. 시골의 순수함은 본능에 가깝다. 사랑도, 증오도, 도움도, 폭력도 가공되지 않은 채 날 것으로 드러난다.


도시에서의 착함은 때로는 가면이다. 제도와 법을 모두 지키며, 타인을 모욕하지 않고, 말끝마다 존중이라는 단어를 붙이지만, 그 안에 감정은 없다. 도시의 인간은 감정을 감춘다. 외면은 점점 매끄러워지지만, 그만큼 내면은 건조해진다. 그러니 도시의 착함은 기능적이고, 시골의 착함은 정서적이다.


그러나 나는 후자에 더 마음이 간다. 비록 날것의 형태일지라도, 그 속에는 숨기지 못한 인간이 있다. 계산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드러나는 그 사람의 내면. 우리는 착함마저도 가공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다듬어지지 않은 시골의 언행, 감정, 행동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시골의 범죄는 그래서 ‘악’이라기보다 ‘미숙함’이고, 도시의 범죄는 ‘악’이라기보다 ‘포장된 기획’이다. 전자는 사람을 남기고, 후자는 사람을 지운다. 그러니 나는, 시골에서 본 그 범죄에서조차 사람을 본다.


그리고 그 사람들 안에서, 내가 잃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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