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농담 12화

내 미래의 아들 이름은 진보수입니다

by 신성규

나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말했다.

내 미래 아들의 이름을 말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말했는데,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엄청나게 웃었다.


그 시절, 내 아이에게 어떤 이름을 줄까 고민을 했다.

그 이름은 나의 세계관, 가치관, 그리고 약간의 장난기까지 품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진보수”.

진보 + 보수.

좌와 우를 동시에 끌어안는 이데올로기의 혼종이자 화해의 상징.


처음엔 농담이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진지해졌다.

지금 이 시대야말로 ‘진보수’가 필요한 시대 아닌가?

극단이 아니라 균형,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 절실한 시대.


진보수는 유치원 입학 첫날,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는 진보적인 유연함과 보수적인 품격을 동시에 갖춘 아입니다.”

그 말에 선생님은 명치를 얻어맞은 듯 조용히 출석부를 덮겠지.


친구들이 물을 거다.

“진보냐 보수냐?”

그는 웃으며 말하겠지.

“나는 진보수다. 언제나 너희 사이에 있어.”


내 아들은 운동회를 할 때도 양쪽 팀을 중재할 거다.

“우리 한 팀 합시다. 이름은… 진보수 연합군.”

그 말에 모두가 감동할 것이다. 그리고…

경기 규칙이 없어져 다 같이 놀다가 끝난다.


중학생이 되어선 정치 토론 대회에 나간다.

상대 팀이 “진보는 과격하다”고 말하면,

그는 보수의 미덕을 칭찬해주고,

“하지만 시대는 변화하니까요”라고 덧붙인다.


결국 심사위원은 혼란에 빠진다.

“얘… 어느 편이지?”

그 때 아이는 말한다.

“저는 편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진보수는 사랑을 해도 다르다.

연애 편지에 이렇게 쓸 거다.


“당신을 사랑하는 감정은 진보적이지만,

그 사랑을 지켜내려는 내 자세는 보수적입니다.”

– 당신의 진보수 드림.


나는 그가 나중에 정치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고?

너무 많은 양쪽의 욕을 동시에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그가 철학자가 되길 바란다.

모순 속에서 조화를 탐구하는 사람.

말끝마다 “이건 진보적 관점에서도, 보수적 관점에서도 해석 가능합니다”라며

모두를 멘붕시키는 그런 철학자.


아이의 이름을 지으며 상상했다.

그가 세상 어디서든, “네 이름 뭐야?”라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하는 모습.

“진보수입니다.”


그래서 난 아이 이름을 진심으로 ‘진보수’라 지을 거다.

진보를 싫어하는 사람도, 보수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그 아이 앞에선 웃을 수밖에 없게 만들기 위해.


세상을 조금 더 가볍고, 유쾌하고, 사유하게 만드는 이름.

그게 바로 진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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