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음식이 대신하고 있다.
입이 심심해서 먹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감정으로 다스릴 수 없으니,
몸으로 삼키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살이 붙는다.
거울을 볼 때마다
예전의 날렵한 선이 사라지고,
무언가 무거운 감정이 덧씌워진 얼굴이 보인다.
그건 단순히 체중의 문제만은 아니다.
나는 지금 나의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아 무섭다.
담배를 피울 때,
나는 공기 속 미세한 냄새와 기류를 감지했고,
생각의 리듬을 명확히 자를 수 있었다.
그 순간들은 내가 나로 존재하는 날카로운 지점이었다.
지금은 그 감각들이 뿌옇다.
마치 나를 ‘둔화’시키기 위한 본능적 방어기제처럼
음식을 씹고, 달달한 맛으로 감정을 눌러 담는다.
그 과정에서 생긴 변화는
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는 점점 생각이 느려지고,
글을 쓸 때의 직관도 희미해진다.
예민함은 나에게 있어 결함이 아니라,
예술성과 통찰을 가능케 한 재능이었다.
그것이 흐려질까 봐 나는 두렵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건강해지잖아.”
“살 좀 찌는 게 어때서?”
하지만 그것은 내게 감각의 죽음처럼 느껴진다.
날카롭게 존재했던 나의 정신이,
지금은 둔탁한 식욕 속에 묻히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지금,
몸과 감정의 새로운 균형을 찾고 있다.
담배 없이도 나는 나일 수 있을까?
예민함을 잃지 않고도 건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쓰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두려운 건 금연 그 자체가 아니라,
예민함을 잃은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