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혐오스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그들이 악해서가 아니다.
그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순간에 멈춘다.
사람들의 말과 감정, 판단과 믿음을 바라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그들이 움직일 때,
나는 머릿속을 스치듯 이런 생각에 도달한다.
‘우리는 같은 종이 아닐지도 몰라.’
이 말은 오만이 아니다.
그저 절망에 가까운 직감이다.
사고의 방식이, 감정의 구성 원리가,
현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나는 구조를 파고든다.
그들은 순간의 맥락에 반응한다.
그리고 나는 문득 깨닫는다.
나는 말이 닿기를 바라고, 의미가 전해지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 자체가 내가 너무 인간적이었기 때문이었음을.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인간을 혐오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인간이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복잡한 사람’, ‘예민한 사람’, ‘알 수 없는 사람’이라 부른다.
그리고 나는 더욱 깊어지는 생각 속에서
다시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나는 지금, 인간에게서 너무 멀리 왔구나.’
‘그리고 돌아갈 언어가 없다.’
그저,
말하지 않고 사라지는 것만이
유일한 대화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