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by 신성규

예술을 해서 생각이 많은 게 아니다.

나는 본래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예민했다.


타인의 표정을 지나치게 오래 바라보거나,

문득 떠오른 말 한마디에 며칠을 앓기도 했다.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어떤 날은 작은 소리 하나에 전부 무너진다.


이런 성격은 사회에선 ‘예민하다’고 말한다.

민감함, 과민함, 유리 같은 마음— 들리는 건 죄다 ‘견디기 힘든 결함’이라는 말뿐이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괴로웠다. 내 안의 민감함은 늘 나를 먼저 찔렀다.

어디에도 쉴 데가 없었다.


그러다 나는 예술을 만났다.

거기서는 예민함이 결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필요 조건이었다.

사람들이 지나치는 걸 붙잡고, 무의식의 파편을 꺼내서,

하찮은 망상을 소재로 바꾸는 곳.

그게 예술이었다.


예민한 나는 그 안에 나를 쏟아부었다.

생각이 많아 잠을 못 이루는 밤,

망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이 모든 게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예민함은 여전히 괴롭다.

하지만 이제는 견딜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그 고통을 어딘가로 보내줄 수 있으니까.

예술은 나의 배출구이고, 내 안의 과잉 감각을 정당화해주는 유일한 세계다.


그러니까 나는 예술을 한다.

생각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생각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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