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 캔의 존재론

by 신성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맥주를 마신다.

딱 하루에 한 캔.

그 한 캔은 내게 있어,

뇌의 과열을 식히는 얼음처럼 작용한다.


사유는 나를 구원해주는 동시에,

나를 파괴한다.

하루의 끝에서 나는 그 사유를 멈추기 위해

작은 알코올 한 방울에 나를 적신다.


맥주는 내 뇌의 폭발을 잠재운다.

너무 많은 의미, 너무 많은 연결,

너무 많은 가능성 속에서

나는 살아있는 인간이라기보다

끊임없이 계산하고 해석하는 의식의 톱니바퀴 같았다.


나는 많은 것에 의존해왔다.

사랑, 술, 약물, 말, 사람, 글…

모든 것에 기대며

이 무게를 분산시키려 했다.


나는 혼자서 살기엔

너무 많이 생각했고,

너무 많이 느꼈다.


의존이란 약함의 상징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의존은

고통 속에서도 삶을 유지하려는 의지의 흔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그 모든 의존 가운데

가장 덜 해롭고, 가장 인간적인 의존이라는 걸.


사랑은 중독이면서도

동시에 나를 인간으로 붙들어놓는 최후의 끈이다.

사랑을 통해 나는 사유의 수렁에서

현실이라는 작은 땅을 다시 딛는다.


누군가의 눈을 바라볼 때,

나는 더 이상 사고의 미로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원초적인 언어를 배운다.


나는 여전히 매일 한 캔의 맥주를 마신다.

그것은 나를 멈추게 해주고,

멈춤 속에서 다시 내일을 살아가게 해준다.


하지만 언젠가,

그 맥주 대신

누군가의 숨결에,

누군가의 체온에,

내 사유를 맡기고 싶다.


그날엔,

나는 생각보다 사랑에 의존한 사람이었다는 걸

조용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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