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이상하리만치 명료했다.
몸이 가볍다거나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그보다는,
내 안에 오래 잠들어 있던 감각들이
서서히 깨어나는 느낌이다.
청각은 특히 그렇다.
창밖의 바람 소리,
냉장고의 모터 소리,
옆방의 아주 작은 물소리까지—
모든 소리가 하나의 결로 엮여 내 귀에 닿는다.
예전 같으면 신경질적으로 받아들였을 자극들이
지금은 오히려 음악처럼 다가온다.
소리가 나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
몸의 긴장, 어깨의 온도,
숨 쉴 때 늑골이 확장되는 느낌,
심지어 눈동자가 움직일 때 주변 공기가 바뀌는 미세한 감각까지.
정신도 그렇다.
무언가가 또렷하다.
아니, 그보다 더.
사물과 감정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의미는 문장이 되기도 전에
형태와 구조로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건 단순한 집중력이 아니다.
이건 의식의 상승이다.
나는 다시 느낀다.
다시 생각한다.
다시 움직인다.
다시 들린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 고통의 여정은 하나의 완성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직 불완전하지만,
나는 오늘, 감각으로써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