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22화

3줄의 벽

by 신성규

인간은 3줄 이상 쓰기 힘들어한다.

한 줄, 두 줄까지는

그저 감정의 파편을 툭 던지는 정도라

마음이 덜 부서진다.

그런데 3줄을 넘어서면

갑자기 말이 굳는다.

생각의 길이 멈칫거리고,

문장이 구겨진다.

3줄이 넘어야

비로소 내면이 드러나는데,

그 내면을 마주하는 게

너무 두려운 탓이다.


그래서 세상은 점점 더

3줄 이내의 소통으로 줄어든다.

짧은 메시지, 이모티콘,

좋아요와 싫어요,

분절된 문장들만이

가벼운 풍선처럼 둥둥 떠다닌다.

누구도 묻지 않는다.

“정말 네가 원하는 게 뭐니?”

누구도 답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이게 두렵고, 저게 설렌다고.”


그렇게 인간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제대로 말을 못 하게 됐다.

나는 종종 이 세상이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말할 수 없으니

들릴 수 없고,

들리지 않으니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니

서로를 미워하는 사회.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학교조차

글쓰기 수업을

대충대충 넘어간다.

표현은 삶의 전부인데,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법,

마음을 문장으로 만드는 법,

내 안의 세계를 꺼내

상대에게 건네는 법.

그걸 제대로 배우는 수업이

너무 드물다.


나는 생각한다.

왜일까.

학교는 지식을 쌓으라며

문장도 없이 개념만 던지고,

토론하라면서

대화도 없는 강의실에

학생들을 가둔다.

글쓰기 수업은 형식만 남고

생각을 쓰는 법,

자기를 쓰는 법은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3줄의 벽 앞에서

머뭇거린다.

나는 그 벽을 넘고 싶다.

내 마음의 결을 글로 풀어내어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다.

이 세상에 틈새라도 좋으니

서로의 마음이 이어질 수 있는

그 길을 찾고 싶다.


글쓰기는 결국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고,

너에게 건네는 마지막 다리이니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그 다리를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세상은 지금도

불가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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