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가치의 해체 이후

by 신성규

19세기, 니체는 외쳤다.

“신은 죽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신을 모욕하려는 무신론자의 분노가 아니었다.

그는 애통했고, 예언했고, 경고했다.

그의 말은 이런 것이었다.


“신이 죽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 즐거운 학문


기독교적 도덕과 절대적 가치는 더 이상 삶의 방향을 지시하지 않는다.

이제 인간은 지도 없는 숲에 홀로 내던져진 존재가 되었다.

니체가 본 것은 ‘무신론의 해방’이 아니라,

가치의 공백에서 헤매는 인간의 그림자였다.


니체는 물었다.

“우리는 무엇을 대신 섬기게 될 것인가?”


오늘의 우리는 답을 가지고 있다.

그 자리를 시장, 자본, 성공, 이미지, 데이터가 차지했다.

우리는 말한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라”

“팔리는 인간이 되어라”

“브랜드가 되라”


이 말들엔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신화가 숨어 있다.

더 이상 우리는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효율, 성과, 팔릴 가능성으로 평가할 뿐이다.


니체가 말한 신의 죽음은 종교의 죽음이 아니라

절대적 가치의 종말이었다.

그리고 그 종말 이후

인간은 무의식 중에 또 다른 ‘신’을 만들었다.

그 이름이 오늘날에는 성과주의다.

신이 죽자 시장이 신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어디서나 ‘자기 자신이 되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니체는 꿰뚫는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


그들은 “자기답게”를 말하면서

실은 사회가 바라는 가짜 ‘자기’의 형상을 들이미는 것이다.

니체는 그런 허위를 “노예 도덕”이라 불렀다.

약한 자들이 강자에게 복종하는 대신,

자기 복종을 미덕처럼 포장하는 것.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 하기보다,

그 한계를 ‘선함’이라 불러주는 것.


오늘 우리는 그것을 적당히 꾸미는 인스타 감성,

자신감 없는 멘탈 케어 마케팅,

자기계발이라는 도덕적 면죄부로 살아간다.


신이 사라지고, 새로운 가치도 확립되지 않은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니체는 말했다.

이 공허의 시대, 인간은 다음 둘 중 하나가 된다.


허무주의자 — 모든 것을 냉소하고 무의미로 돌리는 자

위버멘쉬(초인) —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자


허무주의는 편하다.

노력할 이유가 없고, 책임질 의미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삶의 절반짜리 해방’이다.

무너뜨렸지만, 아무것도 짓지 않았다.


초인은 다르다.

그는 신을 대체할 ‘새로운 가치’를 스스로 창조하는 자이다.

기존의 도덕, 체제, 시선에 순응하지 않되,

무책임한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라, 스스로 기준이 되는 존재.


니체는 말한다.


“인간은 넘어야 할 다리이다.”


그 다리는 어디로 이어지는가?

초인의 탄생으로.


초인이란 타인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권력을 가지는 자.

외부로부터의 평가, 기존 질서의 도덕,

성공이라는 신화에 무릎 꿇지 않는 자.


그는 무(無)로부터 다시 삶의 가치를 조형한다.

무언가를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그렇다면 오늘, 초인은 가능한가?


그렇다.

초인은 기업가나 독재자, 슈퍼맨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의 초인은 아래와 같은 사람일 것이다.


대세를 따르기보다 고독하게도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는 작가

기능이 아닌 의미를 묻는 프로그래머

소비자의 눈보다 양심과 미학으로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


초인은 외롭지만, 자유롭다.

그는 무리에서 벗어나나, 추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를 기반으로 걷기 때문이다.


니체는 우리에게 절망을 주려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인간을 쓰러뜨려, 더 큰 인간으로 다시 세우고자 했다.


신이 죽은 자리에

우리는 무엇을 세울 것인가?


어떤 이는 그 자리에

‘성공’

‘팔리는 나’

‘포장된 자아’

‘끊임없는 경쟁’을 세운다.


그러나 또 어떤 이는

고독한 정신,

자기 판단,

신념과 창조로

다시 ‘인간’이라는 신을 세운다.


니체는 우리가 그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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