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를 볼 수록 김수현 작가가 자꾸 생각이 난다. 그것은 그녀가 최고의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치열했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노력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들의 블루스>는 노희경의 작품이다. 그녀는 특유의 개인 일상에 대한 불행을 집중하는 모습을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보여주고 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작가 '김수현' 다음의 거장이 어디서 올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떠오르는 작가가 그래도 '노희경'이다. 그런데 여전히 '노희경'은 아직 그 자리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 나름 치열했던 개인사에 대한 탐구가 사실 진저리 나기도 했는데.. 그래도 <그들이 사사는 세상> 이후 많이 달콤해지고 <그 겨울...>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좀 더 대중적인 모습으로 치열해지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다. <라이브>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제목처럼 블루스 하지만 리듬미컬한 다른 출구가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작가 노희경'은 진저리 치는 소재에 대한 선택은 나름 있었던것 같은데.. 이야기의 매듭은 그냥 좀 넘어가는 그런 느낌이다. 뭐 이걸 경쾌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높아져 있는 작가 위상 덕에 걸출한 배우들을 나열하고 마무리를 못하면서 그냥 대충 넘어가는 것 같다.
뭐.. 드라마가 대충 넘어갈 수는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많고 이리저리 풀어가는 요소가 있음으로 그냥저냥.. 소재와 작가, 배우 이름값 덕에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노희경에게 기대할 수 있는 구조화된 드라마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작가 김수현이 나이가 들어감에도 철저하게 자신의 구조화된 드라마 영역을 놓지 않고, 현실에 대해 투쟁하듯이 드라마를 집필했던 것을 생각하면, 노희경의 나이 듬은 명성과는 다른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냥 지긋지긋한 이야기를 어설픈 경쾌함으로 풀어가는 것 같은...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노희경은 일단 경쾌해지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긋지긋한 그런 것에서 경쾌해지고 싶은 욕구가 이번 드라마를 하나에 몰입하지 않고 옴니버스로 엮어서 한 지역의 일상들을 담아보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 그게 옴니버스.. 혹은 단편이 주는 매력이기도 하다. 다만, 단편이나 옴니버스가 주는 압축된 의미 전달이 너무 슝하는 것같다. 그게 경쾌함일지는 모르지만.... 그래.. 노희경은 좀 더 경쾌해질 필요는 있다. 그래도.. 작가 노희경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며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작가 김수현이 드라마 속에서 치열하면서도 위트가 항상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작가 김수현은 한국 드라마의 비교 불가한 최고이기는 하다.
그녀의 작품이 혹 가능하다면 한편 정도 더 TV로 봤으면 좋겠다만.. 어떨지..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