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박물관을 층별로 다닌다면 먼저 만나는 것이 석조물이다. 그리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인들이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창조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중에 어떤 것이 최고라 말하는 것은 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 모든 것이 엄청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극히,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석조물을 말하라 하면 그 처음은 '니케의 날개'다.
물론, 이것은 '니케'상이다. 그런데 나는 날개가 정말 멋있었고 모든 게 환상적인 느낌이 있었다. 얼굴과 팔이 없지만 오히려 없음으로써 수많은 상상을 할 수 있어 뭔지 모를 환상을 더욱 배가 시키는 느낌이다. 그리고 정말 당장이라도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그런 섬세함이 있었고, 상당히 에로틱한 묘한 심미적인 감성이 있었다. 그냥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다. 가슴에서 배, 배꼽, 다리를 흘러내리듯 휘감으며.. 마치 시스루를 입은 여인을 느끼게도 했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
신화와 인간적인 심미성이 잘 혼합된 그런 작품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절대 웅장한 그런 조각상은 아니지만 충분히 압도되는 그런...... '멋지다'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그런 조각상이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이집트 대 제국의 왕이었던 세누스레트 3세의 조각상이었다. 그는 이집트 통치자중 가장 강력한 왕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흉상은 어둡다. 그것은 조각물이 일정 부분 훼손된 탓도 있겠지만 특이하게도 약간 침울한 표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침울한 표정의 왕. 그의 흉상은 지금, 그가 통치하던 이집트가 아닌 이곳 프랑스 루브르와 영국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훼손된 그의 모습처럼 어떤 심정의 상처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뭔가 답답한 느낌은 수많은 유물들이 너무 과하게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루브르가 물론 엄청나게 큰 공간이지만 그 공간보다 더 많은 이집트가 빼곡하게 사로잡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더 심경을 파고든 것은 수많은 미라의 관들이 즐비하게 전시된 모습과 미라의 형체였다. 뭐랄까.................. 놀랍거나 신비하다는 느낌보다는 지나치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최소한 유물의 절반 이상은 원래의 자리로 돌려줘야 하는 게 예의가 아닌가 그런 막연함이 있었다.
그리고 또 눈을 잡은 건 비너스상이었다.
첫 번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밀로의 비너스'이고, 두 번째는 '아를르의 비너스'다. 그 외에도 다양한 비너스 들을 루브르에서 볼 수 있다. 비너스 상들만 사진을 찍어도 상당히 재미있는 그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조각상은 '성녀 막달레 마리아'다. 그냥 보다 보니... 이 세 조각이 뭔지 모를 관계성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어... 그리고 좀 혹했던 조각상이 하나 있었다. 그리스인들의 신화를 이용해 드러낸 자유분방함이랄까...
암수동체의 조각상을 이렇게 정교하게 묘사하면서 상당히 에로틱하다. 정말 무슨 불륜을 들킨 남녀를 한꺼번에 본 심정이랄까... 내가 너무 아침 드라마에 사로잡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들었다. 그리스인들의 예술적 자유는 상당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뭐.. 사실 인간과 동물의 돌연변이가 자연스러운 시대가 그리스였다. 물론, 신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이게 얼마나 대담한 것이냐면.. 현재의 예술세계에서도 이것은 대중들에게 상당히 파괴적인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레이디가가'의 암수동체 루머가 얼마나 이슈가 되었는지가 생각난다. (물론, 그녀는 천재적인 예술가다.) 그리스인들은 이것 이상의 작품행위를 신들을 이용해 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또... 메소포타미아와 수많은 유물들과 제왕 함무라비..
정말 이 부분도 광대하게 많은 유물들이 루브르에 있다. 심지어 벽면이 통채로 이곳에 있는 정말 어마무시한 그런 유물 수준이다. 난 여기가 유적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상당히 화려하고 단지 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그런 것들도 많았다. 대단한 사람들이 과거에 존재했던 것이다.
석조물의 시대는 우리가 아는 회화시대보다 그 역사와 길이가 너무나 길기 때문인지 하나하나 둘러보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고 너무나 소박한 지식 덕에 휴대폰 없이는 뭐 하나 제대로 된 내용을 참 알기 어려웠다.
루브르의 석조 유물들은(거의 유적지 그대로 수준인 것도 많다.) 알면 알수록 아니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 주었다. 만약 루브르에서 이곳들을 가게 된다면, 반드시 스마트폰을 지참하고 검색에 주저하지 말고 관람을 한다면 회회 그 이상의 그 무엇을 느끼게 해줄 것 같다.
그랬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