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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꼬비 Aug 28. 2019

숙소에 웬일로 바선생이

모시


   

화려했던 잘란알로를 뒤로한 채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오늘 밤 침대에서 잘 사람을 천진난만하게 정하고 있었다. 바선생,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바선생님 납시오


“흣, 흣쨔야, 저기에...!”

문을 열자마자 식탁 틈 사이로 꾸물거리는 물체 하나가 눈에 밟혔다. 이름하여 바선생, 풀네임 바퀴벌레다. 존재만으로 압도당한 우리는 더 이상 실내로 전진하지 못하고 일동 정지. 잔뜩 겁을 먹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와중,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그 뒤엔 보이지 않는 백 마리가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눈알만 도르륵 굴려 다른 바선생이 계시진 않을까 눈치를 보자, 사람이 와서 놀랐는지 벽 틈 사이로 쏙 들어가는 바선생까지 발견하고야 말았다.     


“으아악!”     


그대로 전진하지도, 후퇴하지도 못한 채 5분쯤 대치 중. 누군가는 나서야 할 텐데 아무도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자, 마침내 선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잡을게!”


평상시 겁 많기로 소문난 선호가 바퀴벌레와 맞서다니, 정말 의외였다. 선호는 신발을 벗어 바퀴벌레를 내쫓으려 했다. 하지만 선호 한 사람만으로는 바선생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바선생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휴대폰을 충전하고자 전원코드 가까이에 갔다가 또 다른 한 마리와 대면했고, 샤워하려고 들어간 화장실에서조차 바선생이 발견됐다. 이제, 우리에겐 빠른 상황 판단이 필요했다.      


“우린 아마 쪽수에서 밀린 것 같아.”

“어쩌면 이 집을 빌린 건 우리가 아니라 바선생일지도 몰라.”

“그럼 이제 어쩌지?”     


우리가 취한 조치는 세 가지였다. 첫째, 캐리어를 잠가서 바선생이 가방 안에 못 들어가게 하자! 둘째, 실내에서 가능한 한 음식물을 만들지 말자!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바선생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서 자는 사람 없이 모두 침대에서 자자.      


그렇게 우리는 여분의 침구류를 남겨 둔 채 꽁깃꽁깃 한 침대에 누웠다. 양 끝에 누운 두 명은 이불을 걷어낼 수 있었지만, 가운데에 낀 사람은 이불을 걷을 수 없어 우리는 가운데 자리를 피하고자 날마다 그 자리에서 잘 사람을 새로 정해야 했다.


넓은 숙소를 두고, 이게 뭐람! 전부 바퀴벌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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