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
아직 이 도시가 낯선지 눈이 일찍 떠진 아침이었다. 이튿날 처음으로 갈 곳은 모스크! 말레이시아는 이슬람이 국교인 만큼 도시 곳곳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가 많다고 한다. 그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난생처음 모스크에 가는 거라 들뜬 마음으로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제는 그랩을 탔으니, 오늘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선 모스크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 중 가장 꼼꼼한 흣쨔가 영어로 쓰여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목적지를 선택하고는 돈을 넣었다. 기계에서 동그란 플라스틱 세 개가 나왔는데, 일종의 지하철 표였다. 알록달록 색깔 플라스틱은 마치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 동전을 연상시켰다. 지하철 표도 잘 끊었겠다, 동전도 귀엽겠다. 이튿날은 참 순조롭구나!
그런데 지하철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았다. 날씨는 점점 더워져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축축 늘어지던 중, 갑자기 선호가 말했다.
“이게 다 모시 때문이야. 어제 모시가 고난과 역경 얘기해서 비행기 흔들리고, 바퀴벌레 나오고, 이젠 지하철도 안 오는 거잖아~!”
그러자 흣쨔가 거들었다.
“맞아 맞아, 모시의 저주인가 봐!”
친구들의 장난이 황당한 한편, ‘설마 진짜 저주면 어떡하지’ 싶었다. 친구들은 입을 모아 “모시야, 너 때문에 저주 걸렸어~!”라며 얼른 취소해달라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나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허공에 대고 두 손을 모아 이렇게 빌었다.
“제발 이제 고난과 역경 없게 해 주세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저주를 푸는 주문을 외우고서야 안심한 우리들은 지하철 대신 그랩을 타고 모스크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