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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꼬비 Sep 02. 2019

이슬람, 쌀람 (1)

흣쨔

*쌀람 : 아랍어로 안녕이라는 의미



긴장 상태의 온몸이 침대 위에서 무장해제됐다. 정말 눕자마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눈을 겨우내 떴을 땐 다음 날의 해가 떠 있었다. 창문 밖으론 수많은 차들과 오토바이가 어딘가로 향해 달리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쳐다보며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지 상상했다.

어젯밤, 동남아시아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를 잘란알로 야시장에서 마주했다. 북적임, 노상 테이블, 그리고 사람들. 정신없이 먹고 구경했지만 우린 잊지 않고 다음 날의 아침을 미리 사 왔다. 여행에 아침밥은 든든히 먹고 다녀야지. 메뉴는 볶음밥 두 개. 우리는 팅팅 붓고 부스스한 머리로 그 밥을 입안에 욱여넣었다.

캐리어에서 옷 한 세트를 꺼냈다. 여행을 준비하며 마음에 쏙 들었던 코디 중 하나였다. 옷을 걸치자 한껏 들떴다. 가방을 메고 현관을 연 순간 눈에 들어오는 건 낯선 공간. 아 이 낯선 도시. 나도 모르게 다시 긴장이 몰려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 하니까 지도를 켜고, 방향을 예의 주시하자. 나의 길 찾기 능력, 최대치 ON이다!




모스크 Masjid Negara

첫 번째 관광지로 선택한 건 모스크였다. 우리에게 가장 생소해서 궁금했던 이슬람의 예배당, 모스크.

입구에서 마주한 모스크는 하얗고 네모나면서도, 길쭉한 기둥이 쑥 솟아있는 건물이었다. 어제 길에서 눈길을 마주했던 히잡을 쓴 여성들이 떠올랐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갔던 화장실에서 마주했던 그녀들, 히잡을 쓴 채 음식을 판매하던 그녀들, 길가에 흔하게 보이던 그녀들. 그들을 떠올리며 건물로 다가섰다. 아, 난 참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모르는구나.

건물에 가까이 갈수록 겉의 독특한 문양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낯선 문양들. 묘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 앞에 도착하자 모스크 관리, 안내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그들은 허겁지겁 우리에게 연보라색 천을 둘러 씌우고, 신발을 벗고 건물 안으로 얼른 들어가게 밀어 넣었다. 훅훅- 정신없네! 아차, 실은 우리가 점심시간 즈음 도착해, 모스크 오전 입장 가장 마지막 타임에 와버린 거였다. 얼른 천으로 머리와 온몸을 마저 가린 채 들어가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안에서 본 건물은 더, 더 새로웠다. 새하얗고, 얽히면서도 정렬된 문양들. 그리고 그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 너무 아름다웠다. 평온해지는 마음, 잔잔해지는 다급함과 어지러운 생각들. 예배 시간도 아니고 사람도 많이 없던 터라 정말 고요했다. 몇몇 관광객들과 크고 하얀 공간을 천천히 둘러봤다. 우리는 기둥 사이사이를 돌아다니고, 기둥에 기대어 앉아 이 새하얀 공간을 맘껏 느꼈다.


모시가 찍은 모스크 내부






두리안 아이스크림


* 두리안

동남아에서 나는 과일 중 하나.

천상의 맛, 악마의 냄새를 가진 과일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은 말레이어로 뾰족한 가시를 의미하는 ‘두리’에서 유래했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

그곳에서 어떤 걸 보게 될지 몰랐다. 어떤 엄청난 것을 만나게 될지. 그저 모스크를 보고 나온 후 이슬람에 대해 궁금해져서 근처에 있는 예술 박물관을 가보자고 한 거였다.

나의 온몸을 꽉 붙잡았던 건 아랍어로 장식된 어떤 천이었다. 그 천을 보자마자 정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알아볼 수 없는 문자 하나하나가 그림이 되어 아름다운 문양을 완성하고 있었다. 아, 나를 향해 어떤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았다.

천에 꼬불꼬불 장식된 건 아랍 문자였다. 가만히 그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아랍어가 참 아름다운 글자라는 걸 깨달았다. 흔치 않았지만 아랍어를 마주칠 때면 이런 꼬부랑 글씨체를 대체 어떻게 알아보고 읽을까, 정도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하나의 문양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러다 문득 외국인들이 한글에 대해 아름다운 문자라고 말하던 것이 떠올랐다. 괜한 몽글몽글한 마음이 올라오며 흐뭇해졌다. 어찌 되었든 문자란 참 아름답다.

겨우 그 천에서 눈을 떼고 다른 전시실로 발걸음을 올렸을 때, 다른 무늬의 천과 또 눈이 마주쳤다. 그들에게 홀린 듯 나의 세상은 무늬로 가득,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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